[주간사랑방] 젓가락 든채 줄행랑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5시 24분

◇…해외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아식스로 부터 운동용품을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는 주니치 이 `산타클로스'로 등장했습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중인 은 쌍방울 삼성 LG가 차례로 오키나와를 방문하자 친분있는 선수들에게 아식스 운동용품을 골고루 선물했습니다. 쌍방울 에게는 운동복 양말 장갑 등을 선물했는데 옆에 있던 가 큼지막한 운동복을 입어보고는 "맞춤이네요"하면서 가져갔습니다. 도리없이 은 작은 사이즈를 구해 에게 다시 선물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청탁이 쇄도하자 은 "매정하게 뿌리칠 수도 없고 아식스 직원에게 더 부탁할 수 없어 큰일났다"고 하소연 입니다. ◇…해태 감독이 저녁을 먹다 기겁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감독은 지난달 28일 호놀룰루시내의 한국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던중 고기를 굽는 석쇠에서 불길이 치솟았지 뭡니까. 순간 놀란 김감독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불이야！"를 외치며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식당주인이 소화기를 작동한 뒤에야 불길이 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몸무게가 0.1t이 넘는 김감독의 모습이 코미디의 한장면을 연상시켰습니다. 화들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간 김감독은 얼마나 급했던지 오른손에 젓가락을 그냥 들고 있었다지 뭡니까. ◇…쌍방울이 주니치 호시노감독을 `열'받게 했습니다. 쌍방울이 지난달 25일 주니치전에서 5대2로 완승을 거두자 일본 스포츠신문은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격노한 호시노감독을 1, 3면 톱기사로 다뤘습니다. 주니치 입장으로서는 화가 치민 것은 당연하지만 쌍방울로서는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쌍방울은 너무 자신감을 얻은 나머지 `좀더'를 외치며 훈련강도를 높이는 인상이었습니다. ◇…삼성 감독이 `백소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지난주 LA다저스 감독을 지낸 톰 라소다씨가 삼성 캠프를 방문해 강의와 실기 지도를 했는데 백감독이 지난해 12월 선수들에게 당부했던 내용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백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는 의사보다 낫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는 의사는 수만명인데 반해 프로야구 선수는 수백명에 지나지 않고, 야구선수가 3할 타율을 기록하면 강타자이지만 의사는 오진율이 7할이면 면허증을 반납해야 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또 다저스의 마이크 피아자가 홈런을 많이 치고 있는 것은 틈나는대로 악력 훈련을 한 덕분이라고 말했는데 신기하게도 라소다씨도 똑같은 인용을 했던겁니다. 백감독은 당시 선수들이 별 감명을 받지 못하다가 라소다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섭섭해 하면서도 "역시 프로끼리는 통한다"며 으쓱해 했답니다. ◇…현대 하득인이 무지막지한 `칼솜씨'로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낚시광인 하득인은 휴식일에는 빠짐없이 인근 바닷가로 나갔는데 고기를 낚을 때마다 어종에 따라 비늘 벗기는 방법, 뼈 추리는 법, 칼자루 쥐는 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뒤 번개같은 칼솜씨로 10여분만에 회를 떠 `횟집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OB의 쓰쿠미캠프에서 최고의 스타는 신인 외야수 김도균입니다. 타격자세와 걸음걸이가 윤동균 전감독과 닮은데다 `0.1톤'에 가까운 몸무게와 코믹한 얼굴로 선수단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거죠. 지난달 27일 연습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본 긴테쓰의 단장과 선수들은 프로생활 10년도 넘은 베테랑인줄 착각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임신 6개월째인 한화 조경택이 수시로 `아기사진'을 들여다봐 동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러나 사연을 듣고는 주저없이 `만점아빠'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내가 병원에서 촬영한 초음파사진이었던 거지요. ◇…롯데 장효조코치는 호주서 `타잔흉내'를 내다 창피만 당했습니다. 지난 2일 의 파울타구에 맞아 볼케이지가 무너져 내린 뒤 였죠. 장코치는 날렵하게 3m쯤 되는 그물망 위로 올라가 능숙한 솜씨로 수리를 마쳤는데 내려 오질 못해 쩔쩔매 주위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답니다. ◇…LG 고졸신인 김민기가 게다리춤 한판으로 1만엔을 벌었습니다. 오키나와 캠프부터 전훈에 참가한 김민기는 지난 2일 저녁 선수단 미팅때 선배들이 신고식을 시키자 "최신 디스코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정작 나온 것은 `비실비실' 게다리춤이었죠. 그러나 천보성감독은 "프로엔 공짜가 없다"며 1만엔을 쥐어주었답니다. ◇…와 50∼60년대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좌완 투수 샌디 쿠펙스의 `특별한 만남'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가 3일 멕시코시티 레즈와의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서 3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마치자 줄곧 지켜보던 쿠펙스는 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네며 어깨를 감싸안고 운동장을 빠져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