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현] 걷기 힘들때까지 필드 누바겠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2일 23시 19분
호주 알파인 여자 골프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즈 리조트코스의 9번홀（파5）. 쏟아지는 폭우속에서 한 중년의 한국여자골퍼가 벙커샷 미스로 트리플보기를 기록하고는 투덜거리고 있었다. "채가 너무 쉽게 빠지더라구요. 아차 싶었는데 그게 그냥 그린을 넘어버려 6온 2퍼트예요." 첫라운드서 이 홀의 트리플보기를 포함해 7오버파（79타）를 친 국내 최고참 여자프로골퍼 한명현（43）. 20대와 30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해선지 그녀는 전혀 40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팻 브래들리（45）, 일본의 아야코 오카모토（45）와 함께 최고참 프로로 분류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 1기생인 그녀는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산증인'인 셈이다. 한명현은 일본에서 활동하던 3년간을 제외하곤 국내에서 벌어진 131개의 모든 대회에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전해 최다출전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최초의 여자프로골프대회인 제1회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78년）서는 원년우승을 했었다. 여기에다 한명현은 83년 구옥희보다도 먼저 일본여자프로테스트에 합격하기도 했다. 특히 83년에는 일본여자프로골프가 외국인선수에게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한 해여서 일본진출 첫 외국인으로도 기록돼 있다. 한명현은 요즘들어 "체력이 달리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한명현은 어릴적 육상（단거리）과 배구를 했던 경력 때문인지 체력 하나만은 자신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보다도 얼마나 골프를 사랑하느냐는 것"이라는 한명현은 "걷는 것조차 힘들 때까지 나는 계속 필드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