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밀밀] 시련으로 쌓아올린 사랑탑
기사입력 1997년 02월 28일 16시 27분
느와르풍이나 무협, 또는 코미디나 괴기 등으로 대변되던 홍콩영화에 나타나기 시작한 뚜렷한 변화가 멜로영화의 득세다. 요즘의 홍콩 멜로영화를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멜로영화에 관심있는 팬이라면 홍콩 멜로영화들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구성, 감성적인 영상미 등을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1일 개봉(명보극장)되는 `첨밀밀'도 잘 만들어진 홍콩 멜로영화중의 하나다. 10년에 걸쳐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살갑게 그려낸 주인공은 진가신 감독. `금지옥엽'이 알려지긴 했으나 국내에서는 대중적 인지도로 볼 때 그다지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감독이다. 그러나 진가신 감독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화면에 붙들어두는데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나리오가 치밀하다. 돈벌어 약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대륙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촌뜨기 청년 소군(여명)이 역시 같은 이유로 홍콩에 온 영악한 처녀 이요(장만옥)를 만나 펼쳐가는 사랑이 주된 스토리. 뻔한 듯한 드라마가 `말'되게 만들어졌다. 친구처럼 지내던 두 남녀가 좁은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맥박이 뛰고, 숨결과 눈길이 뜨거워지는 정경이란. 옷깃 스치는 소리와 숨쉬는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관객들도 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간절한 사랑은 완성되기보다는 자꾸만 어긋난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는 신파 드라마는 10년에 걸쳐 계속되다가 무대가 뉴욕으로 옮겨진다. 뉴욕에서도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두 사람은 거리의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TV뉴스를 무심코 보던 중 해후한다. 미세한 감정과 심리를 포착해내는 감독의 연출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법 나이가 든 장만옥의 `예쁘지 않은 연기'도 멜로영화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부족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