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태극마크들의 연봉고민
기사입력 1997년 02월 27일 13시 54분
98프랑스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1차예선에 출전중인 대표선수중 절반이상이 아직 소속팀과 97년도 연봉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이곳에 와서도 고민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대사（大事）를 앞두고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마음 한구석에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선수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난해 국가대표로 뛴 것을 놓고 구단과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연봉협상이 지지부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로구단측에선 대표선수들이 상당기간 팀을 비워 소속팀에 기여한 것이 별로 없다는 계산아래 이들의 연봉책정에 상당히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월드컵 예선이 치러지는 올해는 대표팀 합숙훈련 기간이 지난해 보다 휠씬 길어질 것으로 보여 소속팀에는 대표선수들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나 다름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는 듯하다. 대표선수들은 이같은 프로구단들의 태도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현행 축구협회 규정상 국가대표로 선발될 경우 우선적으로 대표팀 합숙훈련에 참여해야하는 만큼 팀에서 뛴 경기수만을 잣대로 연봉협상에 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헌신한 것이 결과적으로 팀에 남아 있는 것보다 수입면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 선수들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프로구단과 대표선수중 누가 먼저 한 걸음 물러서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프로구단들은 소속팀 기여도를 들먹이기 전에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에게 최소한 불이익은 당하지 않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프로구단들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한 국가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먼저 생각했다면 지난 16일 선수단이 홍콩으로 출발하기 전에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봉협상을 마무리짓는 테크닉도 발휘했어야 옳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