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숙] 여의도 전입신고

기사입력 1997년 02월 22일 14시 07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신데렐라 조은숙(24)이 무대를 넓혔다. 동숭동에서 잔뼈를 다진 그녀가 충무로를 거쳐 드디어 여의도로 입성했다.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드라마제작국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제작중인 `신TV문학관' 4번째 작품인 `아들과 함께 걷는 길'(극본 홍영희, 연출 윤석호). 내달 9일 1TV에서 방송될 이 드라마는 이순원씨의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수색, 그물빛무늬'와 근작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의 주제와 에피소드를 연결해 만든 작품. 조은숙은 바로 그 `수색'역이다. "`水色', 바로 물빛깔이란 뜻인데, 정말 물안개처럼 보일 듯이, 걷힐 듯이 기구한 운명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자로 나와요." 그녀는 주인공 (수호역)의 아역시절, 꼬마 수호를 맡아 기르는 `수호엄마'다. 본명은 수색이지만, 수호의 아버지(임동진)가 세상 돌아다니면서 얻은 여자. 본처 의 설득으로 본가에서 같이 살며 수호를 맡게되고 4년을 같이 살다, 어느날 `내 배로 애도 낳고싶고, 더이상 정붙이면 안될 것 같아' 홀연히 떠나는 바람같은 여인이다. 드라마는 중년이 된 수호가 아들과 함께 고향에 가면서 옛추억을 더듬는 회상형식으로 전개된다. "대본을 보니까, 느낌이 팍 왔어요. 특히 `수색'역에 대해 아름답고 조용하면서도 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게 그림까지 그려지더라구요." 연출자 윤석호PD가 보고 반한 작품이 바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조은숙은 이 영화에서 극장기도의 추근거림을 받는 매표원으로 나와 삼류소설가를 죽도록 사랑하는 서민재역을 열연, 작년 청룡영화상 조연상을 탔다. 영화상 사상 최연소 조연상을 탄 조은숙은 `주연상'보다 더 큰 의미의 `조연상'에 만족해한다. 이를테면 `주연상'은 작품 잘만나 어린 나이에도 탈 수 있는 거고 또 인기도 포함되는 거지만, `조연상'은 연륜이 쌓인 어른들만 탔었고, 어디까지나 연기 하나로만 평가하는 상이라 정말 큰 상이라는 얘기다. 원래 연극배우 출신. 93년 한양여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극단 `대아'에 뛰어들면서 `사주팔자 고칩시다' `보잉보잉'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등 대여섯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문창과에 다니다 연기판에 뛰어든 이유가 바로 그녀의 인상이자 끼다. "제가 무대에 서 인물을 연기할때 관객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게 너무 재밌어요." 3월에 그녀는 홍콩과의 합작영화 `쿵후마스터'에서 양조위 금성무 등의 슈퍼스타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