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세월을 낚는 롯데 강태공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30분
"낚싯대를 메고, 룰루랄라∼." 세계적 관광명소인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전지훈련중인 롯데 선수단엔 `낚시광'이 많다. 숙소가 시내까지 나가기가 쉽지 않은 곳에 있어 훈련을 마친뒤의 유일한 취미는 호텔앞 해변으로 바다 낚시를 가는 것. 게다가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날씨 탓에 팀훈련이 오후 3시면 종료. "세월아, 네월아"하며 낚싯대를 드리우기엔 안성맞춤이다. 특히 저녁엔 미끼를 던지자마자 팔뚝만한 고기들이 줄줄 따라 올라온다. 최고의 낚시광은 내야수 . 전지훈련 선발대로 본진보다 1주일 먼저 호주에 온 그는 열흘만에 40여 마리를 낚았다. 1m짜리 가오리를 비롯해 도미, 바다장어, 갈치 돔 등 그것도 모두 월척으로. 그러나 포식한 물고기는 두마리. 회를 칠 칼과 초고추장이 없어 나머지는 바다로 돌려 보내야 하는 `강태공'이 됐던 것. 지난 11일 전지훈련 본진이 호주에 도착한 뒤론 사정이 바뀌었다. 고참이 아니면 한평 남짓한 `명당' 낚시터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고 선수단에 2개뿐인 낚싯대도 경쟁이 치열하다. 고기들도 1주전보다 많이 낚이지 않는다. 이쯤 되니 선수들은 이젠 손바닥만한 물고기도 돌려 보내는 법이 거의 없다. 는 한국서 아예 초고추장까지 챙겨 오기도 했다. 13일엔 신인 손민한이 어렵게 낚싯대를 잡았다. 30여분만에 낚은 고기는 겨우 15㎝짜리 도미. "우와,그놈 참.먹음직스럽게 생겼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헛낚시질만 계속하던 와 윤형배의 목에선 "꼴까닥"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