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이성재4단 ●권효진초단
기사입력 1997년 02월 04일 16시 11분
제3보(36∼55)＝백은 잠시 갈등하다 36, 실리 쪽으로 손을 돌렸다. 이곳은 두가지 선택이 있는 곳. 그 하나가 백 1로 내려서는 수. 흑에 2로 실리를 허용하지만 백 3으로 두텁게 지킨다.
흑 4를 생략키 힘든 만큼 백은 선수를 뽑을 수 있다.
백은 38∼42까지 실리를 최대한 벌어 놓고 중앙은 중앙대로 처리하겠다는 뜻. 그런데 백 44로 밀고 나간 수가 무거웠다. 그냥 `가'에 뛰고 흑 46, 백 `나'로 계속 뛰어나가는 것이 경쾌했던 것.
백은 아마 46 때 흑 47 끊음을 간과한 듯하다. 흑이 다짜고짜 이렇게 끊어오자 백의 응수도 사실 여의치 않은 모습.
결국 백은 50에 단수쳐 넉점을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 이때 백도 순간적으로 마음이 변한다. 주는 떡은 받아먹기 싫다는 프로의 오기가 발동한 것. 그러나 국후 권 초단.
"그냥 흑 1．3으로 곱게 받아먹는 것이 두터웠어요. 그러면 백의 다음 수가 어려웠을 거예요. 손빼자니 흑 A나 B로 갈라쳐오면 중앙 백이 공격당하게 되고…."
그런데 흑이 51로 끊어오자 이젠 백의 마음이 뒤바뀐다. 50으로 단수칠 때엔 `선심'쓰는 마음이었는데 흑이 그 선심을 외면하자 백도 오기가 발동해 52로 때려내 버렸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실착.
백 1로 잇고 3까지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흑 53으로 뻗는 자세가 힘차고 55까지 추격하는 흑 모양이 활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