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별난취미 (하)
기사입력 1997년 01월 31일 17시 50분
축구선수중엔 당구나 볼링같은 옥내(屋內)취미를 벗어나 활동적인 취미를 가진 선수도 많다. 지난해 `노익장' 열풍을 주도했던 수원 삼성의 이기근（32）은 스키광. 4년의 슬로프 경력으로 틈만 나면 평창군에 있는 를 찾는다. 천안 일화의 은 좀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일명 `토끼 기르기'. 일화 용인숙소에서 작년시즌부터 2마리의 토끼를 사육하고 있는 그는 "순한 흰토끼를 키우며 냉혹한 승부세계에서 거칠어진 마음을 정화시킨다"며 "절대 식용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은 토끼우리 곁을 지날때마다 침을 흘리는 팀동료들 때문에 시즌내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이런 정서안정파（派）엔 일화의 이광현 김국한이 있다. 이들은 게임이 없을때는 용인 이동면에 위치한 송정저수지에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아 가라'를 되뇌이며 하염없이 무념(無念)의 세계로 빠져드는 현대판 강태공들. 학구파（派）의 대표주자는 지난해 신인왕에 올랐던 삼성 박건하. 경기가 있든 없든 항상 책을 옆에 끼고 다녀 책벌레로 통하는 그는 정작 `책을 얼마나 읽는가'라는 질문엔 별로 신통치않은 듯 대답을 얼버무린다. 부산 대우 권해창은 소신파 `독서광'. 경기가 없을때 그를 찾으려면 구단에서 제일 가까운 만화방을 뒤지면 된다. 그는 알록달록한 만화책을 한아름 쌓아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다. 부천 의 박효빈 등 5명의 선수들은 니폼니시 감독 통역인 강창석씨로 부터 잠자기 전에 매일 1시간씩 영어회화 교습을 받는다. 수강료는 시내 어떤 학원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1주일에 1천원. 신생팀으로 새내기 스타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삼성선수단의 선수들은 `신세대형 취미'를 많이 갖고 있다. `미사일 슈터' 과 박충균은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오락기를 들고 중학생마냥 연신 게임결과에 일희일비 하며 시간을 때운다. 또 `X세대 스타' 는 어딜가나 헤드폰을 귀에 꽂고 최신가요를 습득, 노래방에서 멋들어지게 한곡 부를 꿈을 꾼다. 하지만 실전에는 그리 강하지 못하다고. 오는 3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홍명보는 마이크를 잡았다 하면 놓지않는 진짜 `무대체질'. 솜씨도 프로급이라 신부가 아마 그의 노래솜씨에 녹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