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기당한 기분이네
기사입력 1997년 01월 30일 14시 16분
"사기당한 기분이야." "럭비공이 튀는 방향을 낸들 알수 있나." 지난 29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을 놓고 현대는 초상집 분위기고 삼성은 희희낙락이다. 전력보강은 커녕 선수 2명을 뺏긴 셈이 된 현대는 눈을 뻔히 뜨고 돈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 같은 참담한 기분이다. 현대는 작년 11월18일 이희성+최광훈과 삼성 을 바꾸는 2대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을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긴 하지만 이 팀의 아킬레스건인 2루를 거뜬히 맡아줄 것이라 믿었다. 트레이드선수는 연봉을 동결하는 전례를 깨고 일찌감치 200만원 인상（5천5백만원）을 결정해 놓고 훈련에 불참한 에게 `러브콜'을 띄웠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이 해결되면 곧 합류하겠다"던 은 끝내 운동장에 다시 나타나지 않겠다를 선언했다. 기약없이 기다리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 이와는 반대로 스토브리그의 단골 말썽꾸러기를 정리하고 전력보강까지 꾀한 삼성은 도랑치고 가재 잡은 셈. 두뇌회전이 빠른 은 지난 89년 입단이후 연봉협상을 비롯, 자주 구단과 마찰을 일으킨 `애물단지'. 프로 출범 이후 트레이드로 재미를 보지 못한 삼성은 을 보낸 뒤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만약 명2루수였던 이 97시즌에 라이벌 기업인 현대에서 펄펄난다면 그룹 고위층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 `아군 피해 없음'에 휘파람을 불고있는 삼성은 "머리가 좋아 언젠가는 한건할 선수로 믿었다"고 말한다. 사실상 에서 처음 있는 의 트레이드 후 은퇴에 대해 야구인들은 "능구렁이（김종만 단장）가 여우（김용휘 단장）에게 KO승을 거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트레이드 후 은퇴'라는 상식밖의 행위에 대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