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그 처녀 이름은 '꼭지'였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3분
사투리가 심하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의사소통을 가로 막는 경우가 생긴다. 어느 찻집에서 경상도 청년과 아가씨가 다투는 걸 봤다. 아가씨 "뭘로 드릴까요?" 청년 "우유 주이소." 아가씨는 우유를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데파 주소." 주방에 갔다온 아가씨. "데파 우유는 없다는데요"하자 청년은 고개를 갸웃 하다가 "그라믄 따사 주소"한다. 그러자 아가씨 긴장을 하고 "그런 우유도 없을텐데요"하자 청년 화를 내며 "와. 우유를 데푸지도 몬하고 따수지도 몬한다 카요?！"하는 거였다. 고운 한글 이름을 가진 예쁜 처녀가 있었다. 그녀가 경상도 총각을 만나 사투리 때문에 사랑이 깨진 슬픈 이야기다. 처녀는 얼굴이 예쁜만큼이나 재기발랄했다. 누구를 만나거나 재치 넘치게 말했다. 지난 해 여름 그녀는 경상도 총각을 만났다. 그녀는 앞 가슴이 살짝 드러나는 옷을 입었는데 보일 듯 말 듯한 뾰얀 가슴은 모든 사람의 간을 녹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총각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묻는다. "저…, 한가지 물어 봐도 개안을지 모르겠네요…?" 처녀 "뭔데요?" "저, 이름이 어떻게 됩니꺼?" 처녀 "호호호！ 까르르！ 그걸 물어 보는 것이 그리 힘이 들었나요? 음…, 제 이름은요?（두손으로 가슴이 패인 옷을 여미며） 이 안에 제 이름이 숨어 있어요. 우리가 하는 말 중에 저 ∼XX하는 게 있잖아요? 제가 XX예요. 아빠가 지어 주신 예쁜 한글 이름이죠." 그 순간 총각의 얼굴은 용광로처럼 뜨겁고 빨갛게 달아 올랐다. 여러날이 지나고 두 사람은 시장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먼저 총각만 처녀를 본 것이다. 저 아가씨의 이름이 뭐였더라. 옳지！ 생각났다. 총각 "탱이…（크게）탱이씨！ 탱이씨이！！"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마침내 인파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처녀의 이름은 `꼭지'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