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사파리 평화는 섹스파티로 이어져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15분
사파리에는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지난 봄 빠삐용이 쿠데타에 실패한 뒤 겉으로는 알렉산더의 백골파 세상이 지속되며 평온을 되찾은 듯했으나 그것은 잿속에 불씨가 여전히 남은 시한 폭탄 같은 것이었다. 빠삐용이 여전히 재기의 칼을 갈고 있었고, 용팔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사파리의 통치자 알렉산더에게 있었다. 오직 힘있는 자만이 사파리를 통치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에서 알렉산더는 왕위를 지키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키우기에 더 열중해야 했지만 알렉산더는 오히려 왕의 권력을 이용해 암사자들을 열마리나 거느리며 사그라져가는 욕정을 불태우는 데만 열을 올렸다. 따지고 보면 빠삐용과 용팔이의 쿠데타 모두 알렉산더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셈이었다. 다행히 뚝심이라는 제갈공명처럼 빼어난 전략 참모가 있어 위기를 넘겼지만 알렉산더 정권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백골파와 털보파의 연립 정부 출범으로 사파리가 일단 조용해지자 사육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육사들은 그동안 유혈 난투극에 대비해 사파리 안에 지프를 상주시키며 싸움을 말리기 위해 소방호스, 전기봉, 마취총 등으로 무장을 하고 폐쇄회로 TV로 사파리를 줄곧 감시해 왔다. 사파리의 평화는 섹스 파티로 이어졌다. 알렉산더는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암사자 가운데 네 마리와 백골파 조직원의 세 마리 가운데 한마리를 털보파에 내줬다. 그때까지 힘의 논리에 따라 숫총각을 지켜야 했던 빠삐용과 쌍털 등 털보파의 젊은 사자들은 그동안 참았던 성욕을 분출시키느라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특히 알렉산더에 이어 사파리 2인자로 공인된 빠삐용은 다섯 마리 암사자 가운데 세마리를 자신이 거느리고 나머지 두마리를 조직원들에게 내줬다. 마침 세마리 가운데 두마리가 발정기를 맞은 터여서 그동안 쌓였던 빠삐용의 젊음을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자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할 수 없다. 암사자가 발정기를 맞아야만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때때로 성욕이 폭발 직전이 된 숫사자가 발정기가 아닌 암사자를 `강간' 할 때도 있지만 목적을 이루려면 암사자보다 월등히 힘이 세어야 한다. 괜히 욕정만 앞세워 덤볐다가는 오히려 암사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도망가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빠삐용은 다행히 사파리에서 힘이 가장 세기 때문에 발정기의 암사자는 물론, 어떤 암사자라도 올라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