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필] 최고득점-리바운드 기염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4시 38분
`자줏빛 파워' 의 핵(核) 윤영필(尹映弼．22．1m95). 농구에서 센터는 팬들로부터 그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포스트에 둥지를 틀고 격렬한 몸싸움과 리바운드 등 온갖 궂은 일을 전담하지만 항상 그늘 속에 가려 있다. 팬들의 환호와 갈채는 늘상 폭발적인 3점슛이 장기인 슈팅가드나 현란한 드리블을 갖고 있는 포인트가드의 몫. 센터로서 그동안 묵묵히 음지를 지켰던 윤영필은 96∼97농구대잔치 플레이오프 준준결승 1차전에서 뜨거운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와의 1차전서 양팀 통틀어 최고인 23득점, 12리바운드에다 2어시스트 2가로채기 2블록슛의 전천후활약으로 대역전승을 이끌었던 것. 후반 한때 19점차로 크게 뒤져 패색이 짙었던 는 윤영필을 앞세워 전면강압수비와 속공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마침내 실업 형님들에게 매운 맛을 안겼다. 확률높은 골밑슛과 날렵한 피딩으로 추격의 발판을 제공한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진가를 떨쳤다. 자신보다 신장이 9㎝나 큰 정경호를 상대로 1득점, 3리바운드만을 허용하는 눈부신 방어능력을 선보였다. 리바운드에서 바로 연결되는 속공이 매서운 는 이날 윤영필의 골밑 장악으로 스피디한 공격을 펼칠 수 없어 결국 덜미를 잡혔다. 또한 윤영필은 벼락같은 드라이브인이나 속임수 동작으로 마크맨인 정경호에게 파울을 유도, 후반 10분쯤 5반칙으로 퇴장시켜 상대팀의 전력누수를 촉발시켰다. 64－6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경기 종료 44초전부터 파울작전으로 얻은 3차례의 자유투에서 4득점, 착실한 기본기를 과시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94년 입학 후 1년간 대학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벤치를 지켰다. 고교 시절 `농구명문' 휘문고의 전성시대를 활짝 꽃피웠던 주역. 초라한 신세로 전락해 버린 설움에 슬럼프에 빠져 운동을 그만둘까 기로에 선 적도 수차례. 1년간의 방황끝에 마음을 다잡은 윤영필은 최부영 감독의 혹독한 스파르타식 조련을 묵묵히 견뎌낸 끝에 올해 들어 기량이 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