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프로골퍼들의 작은 정성큰 기쁨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3시 53분
새해 초부터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이 수그러들던 10일 밤. 내 타워호텔에서는 `프로골프인의 밤'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골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인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난해 국내－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포상을 하는 `잔치'였다. 그런데 행사장 한켠에는 골프와 무관해 보이는 청소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는지 사투리도 다양했다. 이들은 국내 프로골퍼들이 그동안 상금에서 조금씩을 떼어 마련한 장학금을 전달받게될 중－고등학생들. 프로골퍼들의 모임인 프로골프협회는 지난 92년부터 매년 30명씩 장학금을 전달해오고 있다. 그동안 수혜학생은 모두 180명. 이들은 등록금 액수에 관계없이 1년치 학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더욱 뜻깊은 것은 이들은 전혀 골프와 관계가 없는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프로골퍼들이 장학금을 준다면 골프 꿈나무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 하지만 프로골퍼들은 이같은 통념을 깨고 불우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협회는 매년 말 전국의 각 시－도교육청에 문의, 성적은 좋으나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전달해왔고 또 내년에도 실행할 계획이다. 재원은 각 프로골프대회에서 선수들이 받은 상금의 0.44%를 떼어 차곡차곡 모은 것으로 마련한다. 물론 시행초기에는 국내대회의 상금이 그다지 많지 않아 재원마련에 어려웠을 때도 있었지만 매년 국내대회가 증가하고 상금도 많아져 이제는 여유가 있다고 한다. 물론 수천만원의 상금을 받는 골퍼들에게 이 액수는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행사에 참가한 모든 프로골퍼들은 자신이 우승했을 때보다도 더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