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세상]쉬는날 일하면 마을에서 지붕 뜯어내
기사입력 1996년 10월 02일 17시 02분
지구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면 4계절이 뚜렷이있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반면 열대지방의 사람들은 좀 게으른것 같다. 그리고 북방계 사람들은 억센면이 있으나 그리 부지런 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요일이 없었던 시절에는 정해놓고 쉬는 날 외에는 쉬지않고 계속 쉴새없이 일해야 했다. 쉬는 날이라고 해야 명절이다. 그리고 정월은 특별히 보름까지를 설로 쳐서 그사이는 별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는 중국의 정월 휴일을 본뜬 것이 관습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쉬는데 유독 극성을 떨며 일하는 사람을 보면 "유난떨고 있네" 정도로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볼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저 눈을 흘기는 정도 가 아니었다. 가령 마을의 한집에서 온동네가 쉬는 날인데 부지런을 떨며 일했다가 는 마을에서 내리는 벌을 감수 해야한다. 그들이 벌을 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늘이 쉬게 해주는 것을 혼자 거역 해 하늘의 노여움을 받을까 두려워 그 부지런한 사람을 벌주는 것이다. 또 동네의 단결을 해친다는 이유도 있었다. 심지어 니가타현에서는 휴일에 일한 집에 몰려가 서 그집의 지붕을 모두 뜯어내 버린다는 것이다. `휴일에 일하면 가뭄이 온다'고 믿어 일한 사람의 집 지붕을 뜯어낸다고. 그래서 아무리 급한일이 있더라도 쉬는 날만은 꼭 쉬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풍습은 오간데없고 오히려 남이 쉴 때 돈을 벌어야 진짜 돈을 번다며 일년 열두달 하루도 쉬지 않는 가게가 제법 많이 등장했다. 일본의 편의점이 그것이다. 그 가게는 일년 열두달 통행이 드문 야밤에 도 직원이 교대해가며 쉬지 않고 가게를 연다. 이런 직업이 수익성이 좋다는 소문 을 들은 우리도 가라오케처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을 열고 보통 슈퍼보다 비싸 게 받고 있다. 오늘날 쉬는 날 일하는 사람에게 벌금이나 체벌을 가한다면 어떤 현 상이 벌어질까.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