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강병철감독 속타는 '마운드 운용'
기사입력 1996년 10월 02일 15시 00분
○…"그나마 성격이 밝으니 다행이지 …." 한화 감독은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다.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만만디'란 별명처럼 느긋하려고 애썼다.
지난 1일 결전의 날이 밝자 강감독은 뒤통수를 맞았다.
선발로 생각했던 이 느닷없이 허리 통증을 호소한 탓이었다.
1차전이 문제가 아니라 준플레이오프 내내 독수리 둥지를 먹구름으로 뒤덮을 수 있는 일이란 불길한 예감이 찾아왔다. 결국 에게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겼지만 속으로 쌓이는 것은 걱정 뿐.
은 선발로 나가기 전날에는 반드시 피칭을 해야하는 습관을 지녔다.
그러나 2차전 선발로 내정됐기 때문에 지난달 29일 자체 홍백전에 나가지 않았고, 30일에도 러닝 등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억지로 떠밀리듯 마운드에 올라가 들뜬 감정을 억제하지 못 한 결과, 패전의 쓴잔을 마셨다. 강감독의 머리 속엔 인천으로 이동하는 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멀쩡하던 이 왜 갑작스레 아프다고 했을까, 전체적인 준플레이오프 전략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바이러스가 침투한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해독 불능의 암호문 같은 잡념만이 가득 했다. 1차전에서 현대가 왼손 을 예상한 오더를 냈으니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격려에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던 `포스트시즌의 승부사' 강감독. 2차전까지 응급 처방을 내려야할 마운드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자 `만만디'의 가슴 은 더욱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