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욱 감독의 스릴러 극장]-카피캣(4)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5일 13시 39분
**살인마에 대한 극도의 강박관념이 엄습하고 …
"미안하지만…난…도와줄 수가 없어요."
대릴 리 칼럼의 복수극이 있은 지 13개월 후 닥터 헬렌은 극심한
과 폐소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그 사건 후 대릴은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가는 놀라운 치기를 발휘했지만
헬렌으로서는 분명히 그 살인마가 또다른 꿍꿍이를 모의중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가 언제라도 자신의 목젖을 따기 위해 집안으로 숨어 들어올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극도의 자아적 방어벽을 형성시켜 마침내 모든 문을 굳게 잠그고
자신만의
사이버 스페이스에 고착되는 소위 `광장공포증'이란 병에 달리고 있던 터였다.
"제발 사진만이라도 좀 봐주세요…지금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놈은 그림자 같아요."
모나한은 낯선 여자 앞에서 이렇게 애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고,
닥터 헬렌을 무슨 해결사쯤으로 상상했던 것이 더 한심했다.
"대릴 리 칼럼이 탈출한 건 아닐까요?"
"제발 말 같잖은 소리 좀 그만 하시고요!"
모나한은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파트너 루벤 형사의 시선에는 아랑곳 없이 이번에는 닥터 헬렌의 아파트 안을
쭉 하니 훑어보기 시작한다.
"박사님, 죽이는 아파트군요. 이 정도 장만하려면 대체 얼마나 벌어야 할까?
인간 쓰레기들을 연구한 대가치고는…."
그때 모나한은 이상한 느낌에 헬렌을 휙 쳐다보았다. 자신의 무례함 때문인지
아니면 헬렌이 책상 위에 던져 놓은 사진을 흘끔 쳐다본 것인지, 어쨌든 헬렌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를 돕는 앤디라는 남자가 산소봉투를 헬렌의 입과 코에 대며 두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 나가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