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내차 빳데리 어디 갔당가?'
기사입력 1996년 09월 21일 13시 48분
이상하다.
자기가 하는 일이 완벽해야 아니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는 더 정확해야만 할텐데도
서투른 것이 오히려 인기가 있으니 모르다가도 계속 모를 일이다.
무슨 얘기냐구?
니 요즘 붕붕 뜨는 등의 개그맨도 발음이 정확해야 할 `방송
인'들인데 어찌된 일인지 혀가 형편없다. 그런데도 인기들은 대단하다.
버스 안이 자기네 직장인 사람은 운전기사 말고 또 이들이다.
한 행상인이 물건을 들고 이런 시를 외치는 걸 직접 본 적이 있다.
`영등포에 자리잡고 있는 저희 회사 사장이하 전직원이 수혈…출혈…냉혈…심혈¨
암튼 뭔가를 기울여 만든 이 제품의 이름은…뭐…더라…죄송합니다. 첨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차내에 계신 신사 숙녀….'
사람들은 말에 서투른 그를 위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모든승객이
전원구입을 해 줬다.
1년 뒤에도 같은 자리서 같은 행상인은 (일부러)말을 더듬으며 장사를 하고 있었지
만.
요즘 장안의 최고 인기인은 단연 `빳떼루아저씨'다. 그의 인기비결 또한 이상한 발
음구사가 아닌가. 그런데 외래어가 이상하게 발음되는 것을 계속 애교로만 봐 줘도
문제가 있다.
자동차 정비센터를 하는 김사장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분이다.
어느날 점심시간이 돼서 종업원들과 자장면을 시켰는데 음식에 중요 부속품이 빠졌
다. 단무지를 안 가져 온거냐구? 그게 왜 자장면의 중요부품이냐구! 면 위에 덮을
자장면장이 안 온 것이다.
김사장은 화가 나서 "저런 넋빠진 놈은 말이여잉. 빳데루를 줘야 한당께"했다.
저녁이 되어 김사장이 퇴근을 하려는데 자기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하여
보닛를 열어 본 결과 베터리가 없지 않은가.
"야, 최군! 이 차 빳데리 어디 갔당가?"
그러자 종업원 "낮에 사장님이 철가방에게 빳데리를 주라고 그러셨잖아요?"
(註:전라도 사람은 `종이'를 `종우'라고 한다. 눈치가 좋은 최군은 사장이 `-리'를
`-루'로 발음했다고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