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이변 쌍방울] 악만남은 '제주도 지옥훈련' 결실
기사입력 1996년 09월 19일 16시 24분
## '패배주의'단절 … '승부근성' 무장 @@ '전주시민의 자랑' … 어딜가나 VIP 대접 전주시민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쌍방울 선수들을 보면 차창너머로 "파이팅"을 외쳤다. 쌍방울 선수들을 알아본 택시운전사는 요금받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쌍방울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구단직원들은 가슴을 펴고 거리를 활보했다. 평소 감정표현을 자제하던 감독도 이때만큼은 넉넉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쌍방울이 팀최다연승 신기록인 `폭풍의 13연승'을 달리는 동안 벌어진 풍속도다.
지난달 14일 전주 현대 더블헤더전 독식이 13연승의 출발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직전까지 쌍방울은 5할승률의 교두보가 무너지며 4위까지 내려가 "그러면 그렇 지…"라는 주위의 섣부른 입방아에 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창단 첫 9연승을 넘어 28일 대전 한화 더블헤더 1차전까지 쌍방울은 `기적의 13연승'을 달성하며 2위의 대도약을 이뤄내고 말았다. "예전엔 이기는 게 마음대로 안되더니 요즘엔 지는 게 마음대로 안된다"던 구단직 원의 행복한 푸념(?)대로 역전승이든 재역전승이든 `싸우면 이기는 향토예비군'같 은 쌍방울이었다. 13연승 기간동안 3차례의 완봉승과 2번의 영봉승 등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의 안정이었다. 선수들의 정신무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의 8연승과 8월의 13연승에 앞서 한차례씩 큰 고비를 맞았던 쌍방울 선수 단은 그럴때마다 "지난 겨울의 고생을 헛되이 하지 말자"며 서로를 독려했다. 감독 취임후 시작된 지난 연말의 훈련과 올초 오키나와 전지훈련 에서 쌍방울 선수단은 쉬는 날 조차 가물거릴 정도로 가장 혹독한 겨울나기를 거쳤 다. 그만큼 선수단 구석구석에 찌들어 있던 패배주의가 사라진 대신 선수들의 눈빛은 빛을 뿜었다.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던 쌍방울이 창단 6년만에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바라보게 된 것은 연승행진을 통해 어느덧 이기는데 익숙해진 자신감에서 비롯됐 다. 쌍방울로서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13연승이다.
<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