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ML메시지] 외로운‘싱글’…'성공위해 참자'
기사입력 1996년 09월 17일 14시 13분
미국에 온지 3년이 돼가는데도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아직도 많다. 그중에 하나가 선수들의 여성 관계다.
동료들은 내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다.
심지어는 게이(미국에서는 남자 동성연예자)가 아니냐고 하는 애들도 있다.
노모 히데오는 어쩌다 부인이 찾아와도 포옹도 하지 않고 전혀 애정 표현이 없다고 해서 오해를 받는다. 미국이 개방의 나라라지만 이들의 애정 표현은 솔직하고 당당하다.
부인이나 애인이 찾아오면 반갑다는 표현이 포옹이나 가벼운 키스이다.
그런데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의 여자 관계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원정경기에 가면 피아자 같은 선수는 자연스럽게 여자들을 데리고 다닌다.
로비에 감독이나 코치나 앉아 있으면 금발 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신나는 표정으로 `하이!'를 외치고는 안으로 사라진다. 내가 처음 에 올라왔을때 같은 투수이던 로저 맥도웰은 바람둥이로 유명한 선수였다. 맥도웰은 원정도시마다 여자친구가 있었다.
당시 나와 같은 신인이던 대런 드라이포트를 데리고 놀러 나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메리칸 리그로 가서 또 새로운 여자 친구들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40세가 다 된 톰 캔디오티 투수는 이혼을 하고 20대 젊은 금발 미녀와 결혼했다.
첫 해에 클럽하우스에 있는데 캔디오티의 부인이 와서 그를 찾았다.
나는 멋도 모르고 캔디오티에게 `네 딸이 찾아왔다'고 말했다가 창피를 당한 적도 있다. 반면 건실하게 가정 위주인 선수들도 있다.
브레트 버틀러나 유격수 그렉 개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로 운동하고 여유만 생기면 가정을 찾는다. 버틀러는 원정경기에 가족들을 자주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구원투수 토드 워렐이나 마크 거스리도 주로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건실한 가장들이다. 대개 노장들은 건실하게 가정생활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 총각 선수들의 생활은 대개 문란하다는 표현이 가까울 정도다.
선수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이들의 방식이 괜찮아 보일 때도 있지만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알아 온 우리 방식의 운동선수의 자세와는 아무래도 너무 차이가 있다. 물론 나도 2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으로 여자 친구도 사귀고 싶고, 같은 또래와 놀러 다니고도 싶지만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다. 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인지 여자 친구라도 사귀는 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는 가정을 꾸미고 살겠지만 우선은 야구선수로 성공이 보장된 후에야 가능할 일이다. 외로워도 아직은 많이 참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