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 9단 ●안관욱 4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4일 14시 05분
## 본선 토너먼트 제10국 제6보 (55~66)=흑 55는 뭐랄까. 패착이라고 지목을 하기에는 좀 가혹한 감이 있지만 팽팽하던 호각의 국면을 `흑의 비세'로 이끈 원인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힘든 수다. 이 수로는 흑 1로 지키는 게 무난했다. 흑 한점이 A의 곳에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이쯤이면 여전히 호각지세. 백 4 다음 흑이 둘만한 큰 곳은 B의 2곳, 백이 둘만한 큰 곳은 C의 2곳 정도. 아무래도 호흡이 긴 바둑 양상이다. 백 56. 올것이 왔다. 흑 57은 이적수에 가깝고 흑 59는 엉거주춤한 자세. 상대가 깊숙이 뛰어들었는데도 마땅한 응징책이 없다면 분명 외곽 수비진형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백 60이 절묘한 완급조절. 수가 보이는 자리라고 해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수를 적시적소에 극히 자연스럽게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창호는 분명 천재다.
안 4단의 고뇌가 시작된다. `어떤 처방전을 내려도 이미 곪아버린 환부를 말끔하게 처리할 방도는 없다. 그럴 바에야….' 흑 61의 빈삼각버팀에는 그런 각오가 담겨 있다.
흑 61로 의 흑 1로 뛰어 지켜도 여전히 백 2는 성립한다. 흑 3으로 차단하면 백 4~8까지 귀의 흑 두점이 크게 떨어진다.
흉중을 알 수 없는 1인자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 10분여를 생각한 뒤 역시 백 62로 뛰어든다. 백 `가'의 두점 머리라면 기꺼이 버려두고 하변을 든든히 지키련만.
백 66까지. 30여집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던 하변 흑진에 치외법권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