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아나이트] 병사가 '이년아 어서가라'는 말에
기사입력 1996년 09월 13일 14시 48분
예향, 빛고을 광주에서 내달에 보기 드문 대회가 열릴거라고 했는데 다름 아닌 `전국 욕설 콘테스트'다. 변강쇠가 춘향가 방아타령등 우리의 판소리에 나타난 욕설문화(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지만-)를 알아 보고 `욕의 정신의학적 고찰'에 대한 학술 발표회가 함께 열린다니 그 행사를 그 지방 걸죽한 육담으로 표현한다면 `썩을 노무 거, 솔찮히 껄쩍찌근헌 지랄염병 한판인가벼!'다. 욕이 잘 쓰였을 때의 효과에 대해 우린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놀라야 한다. 9단보다 욕설 1단이 더 위협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싸움할 땐 논리 정연한 사람보다 목소리 큰 사람이, 목소리 크기보단 욕 잘하는 사람이 어김없이 이긴다. 욕의 위력이 큰 경우는 또 있다. 부부싸움에서도 욕이 기술 껏 등장을 하는데, 한 남편이 아내에게 `멍청이'라는 엄청나게 심한(?)욕을 했다가 압승을 거둔 것까진 좋았는데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아내는 죽을 때까지 35년동안을 입을 봉하고 말을 단 한마디도 안해 남편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한 경우가 미국에서 있었다고 한다. `욕설'을 함부로 했다가 반대로 여지없이 `설욕'을 당한 케이스다.
그 토픽을 읽고 미국사람들은 과연 욕을 잘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사실 나도 미국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었거든.
아, 글쎄 한 미국인이 나한테 대뜸 `존만해요'하는거 있지! 뭐? `천만에요'를 잘 못 들었을 거라구? 그런가… 하긴 그 녀석 되게 겸손하던데…. 나랏말과 발음 차이로 멀쩡한 말이 욕으로 들리거나 둔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시파로마!'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텐데 첨에 이 말은 꼭 `뭐할놈아!' 로 들린다. 이 말은 중국 말로 아주 점잖은 `진지 드셨어요?'다. 그러니 욕처럼 들리는 말이 있더라도 곧 과민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전방 모군부대엔 이 에피소드가 수십년 지난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다. 잔여 복무기간 2년을 남긴 김일병에게 후방서 애인 영자가 면회를 왔다. 요즘도 그럴진대 특히 교통편과 아버지의 감시가 이만저만 어렵지 않았던 옛날였으니 김일병의 감격이 어떠했겠는가! 병사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이년아! 어서 가라!"로 외쳤고 애인은 그가 군화를 거꾸로 신은 것으로만 알고 울면서 되돌아 오고 말았다는 건데-. "아라비아 수 2년아 어서 가라!'라고만 했던들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