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물결] '검정색이 아름답다'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9일 17시 06분
**의상-액세서리-자동차등 유행 색상 떠올라
가을을 맞은 젊음의 거리에 검은 물결이 밀어닥쳤다.
의상이나 액세서리는 물론 자동차도 검정색이 베스트셀러 색상으로 떠오르는 등 블랙신드롬을 방불케 하고 있다.
대학가나 서울의 압구정동, 신촌 등 멋쟁이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는 검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이 휩쓸고 있으며 각 백화점의 캐주얼정장코너나 의류점에는 검정색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파코라반 캐주얼정장코너의 이미경씨는 "올 가을의 유행색상은 블랙"이라면서 "캐주얼정장상점의 대부분은 검은색 일색이기 때문에 검은 색이 싫으면 멋쟁이가 되기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덕수궁이나 올림픽공원 등 예비신혼부부들의 야외촬영명소에는 검은색 톤으로 한껏 멋을 낸 들러리로 북적여 교복자율화 이전의 풍속도를 연상케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검은 패션은 겉옷은 물론 내의까지 번져 까만 색상의 브래지어나 팬티가 여성들의 패션에티켓으로 간주되며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
이모양(21.Y대 2년)은 "검은 색상의 란제리는 호스티스 같은 접대부 인상때문에 착용치 않았지만 요즘엔 어딘지 마음에 들어 여러개 구입해 입고 다닌다"면서 "친구들 사이에 검은색 란제리 가운데 어느 브랜드가 좋다는 등의 이야기가 핫이슈"라고 털어놨다.
코사지나 머리핀 등 액세서리 역시 검은색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흑장미가 올 가을 프로포즈나 선물용 꽃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길목 좋은 곳에서는 송이당 1천원정도이던 게 2천~3천원을 줘도 사지 못하는 실정이 되고 있다.
백색열풍을 실감케 했던 자동차의 색상 역시 검은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의 티뷰론은 요즘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검은색일만큼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요즘들어 블랙신드롬이 일고 있는 건 떠들썩했던 노출패션이 시들해지면서 침묵과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일반적 풀이.
여기에다 지난 20년대 미국 대공황때 검은 색상의 옷들이 유행했듯이 경기침제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경제의 어두운 면모가 패션감각 같은 의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