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상훈] 1승이 보약
기사입력 1996년 09월 01일 15시 38분
## 해태전 뒤늦은 첫승후 근성-컨트롤 '쑥쑥'
삼성 이상훈(25)은 몇년전부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좋지 못한 습관이 생겼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지나 않는 지 혼자 겸연쩍어 하기도 했다.
경북고 시절에는 에이스로 팀을 전국대회 4강에 올려 놓았고 90년 프로입단 뒤에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가 초라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바로 94년 이상훈이 나타나면서다.
화려한 몸짓으로 입단하자마자 스타로서 탄탄대로를 걸은 `동명이인' 이상훈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만 삼성 이상훈.
올해마저 못하면 미련없이 글러브를 벗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순둥이' 이상훈은 다시 한번 공을 힘껏 쥐었다.
이상훈이 비로소 진정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것은 올시즌 중반인 7월19일 부산 롯데전부터이다.
이 경기에서 예전처럼 0-4로 승부가 기운 2회말 등판한 이상훈은 5⅓ 이닝을 3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인상적인 투구내용을 펼쳤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컨트롤 불안과 승부근성 부족이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 호투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뒤로 승리 가능성이 있는 경기의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르던 이상훈은 지난달 28일 광주 해태전에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마침내 올시즌 첫승을 올렸다.
그리고 3일뒤인 지난달 31일 OB전에선 꿈에 그리던 잠실구장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3대4로 패했지만 9⅓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3점만 내주는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내년에도 다시 글러브를 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상훈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흐른다.
< 김대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