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선수들] 인동초 닮았다
기사입력 1996년 09월 01일 15시 26분
## 북풍한설 몰아쳐도 꼿꼿한 기상…끈기 `인동초(忍冬草).' 요즘 쌍방울 선수단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 같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꿋꿋하게 참아내고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인동초처럼 그 인내력과 근성이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지난달 31일 인천 현대와의 더블헤더전은 쌍방울 선수들의 투지를 지켜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였다.
시련은 더블헤더 1차전때 먼저 찾아왔다.
작년부터 2년연속 전게임 출전하고 있는 포수 박경완은 5회말 홈으로 쇄도하던 현대 의 오른쪽 허벅지에 얼굴을 부딪혀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잠시 혼절하기도 한 박경완은 인근 성민병원에서 CT촬영을 하고 돌아온뒤 2차전에서 다시 포스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투수 의 근성도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더블헤더 1차전 역전패로 패전투수의 멍에를 쓴 은 감독에게 막무가내로 자원등판을 요청, 당초 `선발 김원형'이라고 선명히 쓰여진 2차전 오더는 휴지조각이 돼야 했다.
결국 은 4대0 완봉승을 이끌어내 분풀이를 했고 하루에 1승1패를 거두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밖에도 `돌격대'다운 투지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팀내 최고참 김광림(35)은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의 147㎞짜리 강속구를 오른쪽 팔꿈치에 맞아 퉁퉁 부은채로 이튿날 인천 현대전에 선발출전했다.
은 전반기 내내 오른쪽 연골 부상으로 절룩거리면서도 그라운드를 쩍 가르는 총알같은 안타를 뽑아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뒤 인터뷰를 할때마다 "무엇보다 팀이 잘 나가는게 가장 기쁘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올시즌 최다인 13연승, 팀창단후 첫 60승 고지 정복 등 눈에 보이는 성과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근성이 더욱 돋보이는 쌍방울 선수들이다.
< 김상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