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9화>대륙의 기인들(15) ♣

기사입력 1996년 08월 30일 14시 08분


그는 경륜있는 고수다.

환류검의 얄팍한 입술에 살기가 걸리는 찰나에 이효봉은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역공을 감행했다.

좌장(左掌)으로 건(乾)을 노리고 반원을 긋는데, 이 동작은 지극히 부드러우면서도 빨랐다. 마치 칼로 하늘을 베는 듯한 자세.

무시무시한 기류가 노도의 기세로 돌출되었다. 득의로 가득차 있던 환류검의 입술을 비집고 경악성이 튀어 나왔다.

"웃."

그는 놀라고 있었다. 이효봉이 고수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절묘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환류검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검을 회수하며 이효봉의 머리위를 바람처럼 넘어갔다.

"예의를 모르는 놈!"

이효봉은 그가 머리위를 뛰어넘자 버럭 노성을 지르며 신형을 날렸다. 이번에는 이효봉의 공격이 전개되었다.

검은 유성이었다. 살기였으며 피의 광란이었다. 환류검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기선을 제압당한 그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과연 동방산장의 무예는 현묘하고 신기롭다.'

무현의 표정이 경이롭게 변할 때 잔인마도의 안색도 급변했다.

`믿을 수가 없군. 대륙이 넓다하더라도 어디서 저런 고수가 존재했단 말인가.'

그는 환류검이 위기에 몰리자 지면을 박찼다.

"제법이구나. 어디 내게도 재롱을 떨 수 있는지 시험해봐야겠다."

잔인마도의 동작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빨랐다. 그는 두 자루의 마도를 발출했는데 언제 뽑고 어느 순간에 회수하였는지 제대로 목격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으음."

환류검을 압도하던 이효봉이 신음을 토하며 물러섰다. 그의 가슴부위에서 주르르 핏물이 흘러 내렸다.

잔인마도의 일도(一刀)에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이효봉은 상대방의 고강한 무예에 내심 혀를 내두른다. 반격은 커녕 방어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마도는 강했다.

잔인마도는 여전히 음산한 괴소를 흘렸다.

"어떠냐?"

그의 목소리는 사악한 뱀처럼 징그럽고 냉랭하게 터져 나왔다. 이효봉은 즉시 지혈을 시키며 외쳤다.

"강호도의(江湖道義)를 무시한 파렴치한들을 상대 하기에는 내 나이가 적지 않으나 그래도 얼마든지 오라."

잔인마도의 미간에 짙은 살기가 피어 올랐다.

"흐흐흐. 이번에는 너의 심장이다."

그의 쌍도가 교차되며 맑은 금속음을 터뜨렸다. 잔인마도의 신형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이효봉은 단전으로부터 내공을 돋웠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잃고 있지 않았다. 무현왕자. 그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어서 떠나시오."

무현에게 소리치는 순간 기분나쁜 음향이 이효봉의 고막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