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학예연구원 - 연구사 근무환경 열악
기사입력 1996년 08월 27일 14시 59분
국립현대미술관 조직의 꽃은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전시기획 및 실행 전반을 맡는 학예연구관 및 학예연구사들이어야한다. 대학 및 대학원에서 미술사 등을 공부하고 정규 임용과정을 거친 고급인력인 이들은, 그러나 국내 사설화랑이나 사설미술관 큐레이터들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국립'이라는 명예를 빼면 참고 견뎌할 것들이 너무 많다. 전시기획을 전담하는 학예연구실도 없이 행정부서에 따로 분산돼있는데다가, 분관이 없어 이동 및 승진할 기회도 거의 없고, 인원부족으로 인한 업무과다와 잡무, 적은 공무원 월급에 전문성 없이 주어지는 일이면 뭐든 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정규 직원 91명 중 학예관 및 학예사는 12명. 이중 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어서 학예직은 전체의 12%. 현재 공석인 학예직의 수장 학예연구실장이 4급으로, 행정직 총책인 3급 사무국장보다 1급 낮은 것도 학예 연구사들을 행정직 하부 관리기능인으로 전락시키는 요인중 하나로 꼽힌다. 굳이 외국 현대미술관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만 보아도, 학예실이 독립돼있고, 학예직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해 좋은 전시를 위한 조직이 돼있다. 사무국장 및 학예연구실장의 급수도 2급으로 동급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전시기획에서부터 작가섭외, 도록 제작에 이르는 전시실행을 직접 맡는 학예직의 과부족은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의 직제상으로는 인원보충이 많아야 14명까지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여건과 상황이 좋지 않은 까닭에 사직 학예사들이 늘고있다. 현 학예사들중 5년 이상의 경력자가 5명밖에 안되는데다가 나머지 학예사중 3명은 지난해 입사, 경력 1년이 채 안된 초보자들이다. 국립의 한 학예연구사는 "상설전시를 빼고 기획전시 10여건 중 연간 3~4건의 전시를 맡는데, 기능직 행정직 1명씩 3사람이 전시가 끝날때까지 총괄하다보니 작품수거에서부터 운반, 거는 작업까지 온갖 잡무까지 해야하고, 그러다 보니 연구, 정리, 보존 등의 학예직 고유업무를 해낼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문제가 된 `대상수상작가전'의 경우도 담당자는 이 전시와 동시에 세가지 전시회를 진행시켜온데다가 배속과가 전시과여서 상설전시와 연간 열리는 기획전을 모두 관여해야하는 업무과다속에 야근횟수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부인사는 "전시기획은 고도의 전문성과 다채로운 기획 경험이 쌓여야 하는데 현재 국립의 여건으로는 일하기를 원하는 인재도 없고, 학예사 중에서도 그만두고자 하는 이가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4년간 8명의 중견 학예사들이 개인 화랑이나 사설미술관으로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적했다. 대다수 미술인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자세와 아울러 상부 부처인 와 총무처, 등 정부 부처들의 상호협조, 문화정책 최고 결정권자의 혜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