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1일 13시 49분


**김호인 심판의 아들사랑 "안타 치면 타격 1위, 4구 2위, 못치면 4위." () 김호인심판원

(사진)

은 20일 밤 야구인생에서 가장 가슴 졸이는 순간을 보냈다.

인천고 2번을 치는 외아들 용우(2년)의 타격왕 타이틀 때문이다.

오른손으로 던지고 두손으로 치는 스위치히터 김용우는 봉황기 결승전에서 마지막 타석까지 수위타자 후보였다.

전날까지 5할7푼1리(14타수 8안타)를 기록한 김용우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으나 계속된 2번의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문제는 마지막 타석.

안타를 치면 5할8푼8리로 타격 1위가 되고, 4사구로 걸어나가면 5할6푼3리로 2위, 또다시 범타로 물러나면 5할2푼9리로 4위가 되는 순간이었다.

김심판원이 소속한 C조(팀장 김찬익)는 이날 인천 현대-한화전을 맡았지만 김씨는 마침 비번이어서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군산상고-인천고의 봉황기 결승전의 TV 중계를 보기 위해 기자실에 있었다.

김씨는 눈으로 보는 TV조차 의심스러워 동대문구장 기록실에 전화를 걸어 타석마다 기록을 체크했다.

마지막 타석은 아슬아슬한 3루 땅볼.

베테랑 심판인 김씨는 마음 속으로 큰 제스처와 함께 "세이프"를 외쳤으나 동대문구장의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자정이 넘어 돌아온 아들을 맞은 김씨는 고교 후배이자 야구 후배인 아들을 붙잡고 밤늦도록 "이제 2학년이니 내년에 잘하면 된다",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위로했다.

"내가 아무리 위로해도 본인 마음이야 풀리겠어요."

70년대 초반 인천고 전성기의 주역 김씨는 내년에는 아들이 소원을 풀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