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마술사 포커]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5시 57분
**자신을 다스릴줄 아는 자가 고수 포커는 마라톤 인생 미국 라스베이가스 프로의 세계에서는 맨투맨 방식의 서열이 매겨진다. 기는 자 위에 걷는 자 있고,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는 식이다.
그중 서열 1위가 누구겠는가? 프로바둑기사로도 세계 `차8강'으로 유명한 한국의 차민수4단이 영순위로 꼽히고 있다.
미국 포커프로들은 상당수가 아이큐 만점(180점)자로 천재협회에 이름이 올라있다. 차민수4단이 그런 세계에 단신으로 휘젓고 있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다.
차4단은 "바둑도 마찬가지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못하는 사람은 포커를 할 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게임에서의 패배는 물론 그 이상의 후유증을 동반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포커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또 그 자리를 지키려면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은 물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정신이 맑고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번의 실수라도 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에는 담배를 안피우는 포커꾼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미국의 정상급 갬블러들은 차민수4단을 비롯해 금연자가 많다. 포커가 맑은 정신을 요하는 고도의 두뇌스포츠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차4단은 또 "포커에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하였다.
다시 말해 자신의 본분을 잊고 도를 지나쳐, 하나를 잃을 것에서 열을 잃는다거나 패가망신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마차가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포커는 기본적으로 도박이다. 그러나 일확천금식 즉석 또뽑기 복권이 아니라, 판단력과 지혜와 확률과 맑은 정신이 집중되는 승부, 곧 스포츠의 세계이다.
포커의 신사도를 존중하는 세계 포커고수들은 그래서 포커를 또 하나의 마라톤 인생이라 부른다.
이윤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