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권]○조한승 초단 ●최규병 7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5시 29분
제2보(17~41)=백 18은 당연한 곳. 포석이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급자들은 흑 17처럼 좌우 양쪽 전개를 맞보기로 갈라쳐오는 경우 상당히 고심하는데 실전진행과 달리 백 `가', 흑 `나'로 되었을 경우를 비교해보면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백 18이 왜 당연한가를 알 수 있다. 백 `가'로 다가서면 흑 `나'의 두칸 벌림이 좌하귀 침입을 노리는 공수겸비의 호착이 된다. 같은 두칸벌림이라도 실전 흑 19와 흑 `나'는 그 강도(强度)가 다른 것이다. 흑이 우하귀를 지키지 않고 좌변 17의 곳을 갈라친 이상 백 20의 3.三침입도 당연하다. 당연한만큼 예상했을 터인데도 최 7단은 쉽게 다음 수를 두지 않는다. 장고(長考). 최 7단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에서 손꼽히는 장고파다. 조남철9단의 외탁을 했다고 해야 할지, 바둑판에 몰두하는 최 7단의 모습을 보면 조치훈 9단의 얼굴이 절로 연상된다. 그 치열한 정신마저도 흡사하다. 흑 21은 정확하게 29분 44초만에 떨어졌다. 상대가 3.三으로 뛰어들었을 때 넓은 쪽에서 막는 것은 초급자도 알고 있는 기본. 정상을 넘보는 최 7단이 그런 정도를 모를 리가 없다. 이 장고는 흑21 이후 전개될 변화 및 주변 배석과의 역학관계를 앞질러 읽어두기 위한 것이다. 흑 23때 백이 26의 곳으로 붙이면 변화의 갈래가 다양해진다. 백24로 치받으면 흑 33까지 변화의 여지가 없는 외길. 역시 정석이지만 구형이다. 문득, 기보 검토를 지켜보던 소장파 기사 하나가 불쑥, 한 마디 한다.
"무슨 어린애가 이렇게 구식이죠? 느물느물하게 꼭 이창호 같네…."
선수를 뽑은 소년은 좌상귀로 달려가 보류해두었던 백 34,36을 결정. 흑 37,39는 흑의 권리다.
상변 흑 41은 큰자리. 불과 3분여만에 이어진 소년의 다음 한수가 문제를 일으킨다. 과연 소년의 다음 한수는 어디에 놓였을까? 만일 독자여러분이라면?
포인트는 하변이다. 이 상황에서는 일단, `가'의 곳으로 뛰어드는 수가 유력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