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후기 개막전 중계도 못하다니…
기사입력 1996년 08월 18일 13시 37분
17일 축구팬들은 아마도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면서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프로축구 후기리그가 개막되는 날인데도 도대체 축구를 중계하는 곳이 하나도 없었던 탓이다. 믿었던(?) 한국 스포츠TV마저 중계에 열을 올렸다.
1년에 단 두번뿐인 프로축구 개막전(전-후기)이 연 504게임에 이르는 페넌트 레이스의 하루분에 밀려 안방에 전달되지 못한 현실을 과연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현재 축구중계를 할 수 있는 채널은 3개 채널(위성방송 포함)과 SBS, 그리고 케이블방송인 한국 스포츠TV 등 모두 6개. 많다면 많다고 할 이 채널들이 하나같이 프로축구 개막전을 외면한 날 프로축구 팬들은 해묵은 자조(自嘲)를 내뱉어야 했다. `이래가지고 무슨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온 나라가 2002년 유치열기에 파묻혔던 올 상반기 수개월동안 국내 방송들이 보인 행태를 생각하면 팬들로선 일종의 배신감까지도 느낄법 하다. 단적으로 모방송이 열린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수없는 비난여론을 간단히 무시한채 잔디를 망치는 축구장 행사를 1년 이상 강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의 윤리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자세다.
개막전 잔칫상을 마련해놓고도 이를 안방까지 전달하지 못한 것은 두 유관단체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을 유치했으니 `나머지는 연맹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연맹은 이미 중계권료를 받았으니 축구중계를 하건 말건 두손을 놓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의 월드컵 유치경쟁에서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 축구열기다.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집중 공략한 해외언론인들이 `한국은 축구의 나라'라며 입을 모을 때 얼굴이 달아오른 것은 비단 기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이 아쉽게 느껴진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