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9단 ●목진석2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9시 20분
**백 120 유효적적절한 견제수단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 7 보(114~136)=백 114는 `항복하라'는 무언의 제스춰. 그러나 목 2단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나보다. 노타임으로 흑 115로 붙여간다. 잠시 숨을 돌려 형세를 분석해보면. 흑이 우하일대에서 참혹하게 당한 이후 집과 세력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먼저 흑부터 보자.
흑이 폐허가 된 우하쪽에서 건져올린 실리는 16~17집. 다음 우변 15집(이 집은 향후 상변 접전에 따른 가감의 변수가 있다)에 좌변 15집 정도. 총 46, 47집이다. 일관되게 실리노선을 밟아온 백은 어떤가. 좌상귀 14집(백이 둘 차례이므로 `가'의 곳은 백이 둔 것으로 본다)에 우상귀가 17집쯤(외곽에서 우변 백
를 활용하는 맛이 남아 흑
는 움직이기 어렵다) 그리고 좌하귀 16집에 우하쪽을 쑥밭으로 만들며 챙겨둔 4집을 합쳐 51집. 백이 반면으로도 앞선 상태인데 흑쪽에는 아직 계산에 넣지 않은 중앙의 두터움이 있다. 우하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대가치고는 미미한, 그것도 부도 가능성이 큰 어음에 불과하지만 어痔든 결재일(?)까지 버텨볼 희망은 있는 셈이다. 결국, 중앙의 두터움을 10여집의 실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역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인데 문제는 중앙을 최대한 부풀리는 동시에 상변 백의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 흑 115는 그런 의미가 담긴 변칙타법이다. `게릴라전으로 상변을 공배화하고 기회를 봐서 중앙의 두터움을 좌변 흑진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좌중앙은 생각보다 큰 영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흑의 구상. 그러나 상대는 종반의 귀재, 신산(神算)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창호다. 마치 동문서답을 하듯 백 116에 붙여 118로 맞끊고 120으로 한방 두드린 수가 유효적절한 견제수단. 아무때고 `나'까지 뛰어들 수 있으니 흑의 `대중앙경영'의 야망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흑 125까지는 노타임. 백 126, 흑 127 다음 콧잔등을 강타한 백 128의 잽에 머릿골이 흔들린다. 현기증. 흑 133도 옹색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134로 늘면 백 `다'로 잡혀 있던 백 두점이 달아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