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이색마을을 찾아서
기사입력 1996년 08월 14일 15시 40분
**낳았다 하면 쌍둥이 **60세대중 37세대 '겹경사'... 기네스북 올라 아이 하나를 낳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부부들이 많은 요즘, 낳았다하면 쌍둥이여서 골치(?)아파하는 마을.
전남 여천군 소라면 현천리 중촌마을.
총 60세대중 37세대가 쌍둥이 자녀를 두고 있어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한 마을이다.
이 `쌍둥이'마을의 역사는 이렇다.
1859년 경주 정씨 문중에서 첫 사내 쌍둥이가 나왔고 1920년까지 해마다6명의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후에도 1979년까지 32쌍의 쌍둥이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낳았다 하면 쌍둥이인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동안 많은 국내-외 연구팀들이 `쌍둥이'마을을 거쳐갔지만 속시원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마을주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입을 모은다.
마을을 받쳐 주고 있는 `쌍봉산'에서 나오는 영험한 기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라고.
`쌍봉산'은 말그대로 두개의 봉우리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따라서 늘 이것을 바라보면서 사는 중촌마을 사람들이 `쌍둥이'를 갖는 것은 필연(?)이라는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촌마을과 불과 500여 떨어져 있으면서 현천리를 구성하고 있는 오룡마을(24세대)과 선천마을(22세대). 이 두마을에는 `쌍둥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촌마을사람들이 `쌍봉산'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어 두개의 쌍둥이 봉우리를 확실하게 볼 수있는 반면 두 마을은 그렇지 못하다. 오룡마을과 선천마을에서 `쌍봉산'을 바라다 보면 쌍둥이 봉우리가 겹쳐서 보이기 때문에 하나로 보인다는 것이다.
`쌍봉산'은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외지의 불임 부부들에게 한가닥 빛을 던져주는 마지막 `희망봉'이었다.
그래서 이런 외지인들로 마을이 북적거리기도 했다.
`쌍봉산'의 정기를 받아 동이 틀때까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부관계를 갖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아쉽게도 외지인들이 원을 풀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사찰 `국사암'에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부부들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중촌마을에는 희한한(?) 기록들을 세운 이들이 있다.
서채석(55), 정병욱(73), 서환석(65), 고(故)정형균씨가 그들.
낳기도 힘든 쌍둥이를 두번이나 낳은 세대주들이다.
현천리 김윤곤이장(46.0662-686-1072)은 "간혹 이곳에서 정기를 받고 살다가 외지로 나간 이들로부터 쌍둥이 소식이 들려온다"면서 "자랑스런 쌍둥이마을의 내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