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세상]대만장례행렬 맨앞엔 나체여성이 선도
기사입력 1996년 08월 12일 18시 10분
시대 발전에 맞춰서 장례식이나 행렬도 많이 간소화됐다. 옛날 같으면 상여 앞뒤 에 많은 사람이 따라나서 죽은 사람의 생활정도를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적인 행사가 아니고는 대개 영구차에 실려가고, 그뒤에 자가용이 얼마나 따라오느냐로 죽은 사람의 위치를 가늠할 것이다. 생략하고 대만의 장례는 아주 화려하다. 먼저 빈소가 마련되면 그 가족이 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울어줄 사람을 돈을 주고 사온다. 이 울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댁이 여유있는 집안이 된다. 그래서 울기 전문업자가 울다보니 슬픔을 고조시 키며 어찌보면 콘서트 같은 기분도 든다. 또 장례행렬이 지나갈 때도 울어주는 업자들의 곡소리는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장례 행렬의 맨 앞에 미모의 여성이 완전 나체가 돼서 춤추며 길을 여는 것이다. 그 뒤를 상여가 따르고 울기 업자도 따른다. 그러다보니 구경꾼들은 인산인해다. 죽은 사람이 누구냐를 알기보다 누드모델의 나체쇼를 보려고 몰려 드는 것이다. 그래도 상주측은 자기조상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니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뜻이야 어찌됐든 후손으로서는 큰 효도를 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나체쇼를 한 아가씨에게는 무려 4백달러나 되는 돈을 지불한다. 거기다 저승갈 때 노자를 하라며 돈까지 태우니. 더 할말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장례식은 간소한 것 같다. 빈소에서 곡을 하는 건 가족에 한한 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외국 문물을 여과없이 잘 받아들이는 우리가 아닌가. 과연 장례행렬에서 우리도 스트립쇼를 볼수 있는 날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