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시쓰는 청소원 아저씨 윤상화씨
기사입력 1996년 08월 12일 15시 59분
**휴지하나 줍고 시한줄 쓰고 꽁초하나 줍고 시한줄 생각 **87년 학보사 투고후 본격 창작활동 `시 쓰는 청소원 아저씨.' 윤상화씨(54)는 시집을 6권이나 세상에 내놓은 `청소원 시인'이다.
구내 제2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윤씨.
전업시인도 시집 한권 제대로 묶어내기 힘든 마당에, 무려 6권이나 되는 시집을 어떻게 낼 수 있었을까.
지난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시민들의 민주화투쟁으로 6.29선언이 나온 뒤 대학이 잠시 평온을 되찾을 때였습니다. 일년내내 대학 언저리에 상주해있던 전경들이 어느날 거짓말처럼 철수하더군요." 그는 세상이 잘못돼 아군-적군으로 갈려 화염병과 최루탄을 던지고 쏘아대던 젊은이들이 안타까웠던 사람. 젊은이들이 싸움의 잔해로 남겨놓은 최루탄 파편과 돌조각, 휴지 따위를 쓸어담으며 그 역시 남과 다름없이 잘못돌아가는 세상을 원망하곤 했다. 어느날 패잔병이 되어 철수하는 전경들을 보니 시원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론 어쩐지 마음이 짠했다.
그 짠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한편의 시로 만들었고, 쑥스러워하며 그것을 학보사 학생기자들에게 건네줬다. `잘 가거라 철가면 병사들아, 그대의 마음을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리니…'로 시작되는 윤씨의 시는 소박하고 진실했다. 학생들은 그의 시를 학보에 실었고, 그는 그렇게 늦깎이데뷔를 했다.
신바람이 난 윤씨는 그뒤로도 학보사에 심심찮게 시를 기고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92년에는 마침내 첫시집인 `휴지하나 시하나'라는 제목의 아담한 시집을 묶어냈다. `휴지 하나 줍고 시 한줄 쓰고, 담배꽁초 하나 줍고, 시 한줄 생각하는…' 그런 삶의 시들이었다. "그 시집도 사실 학생들의 도움으로 나온겁니다. 그해 5월 전국 각대학 학생들이 에 모여 문화행사를 가졌는데, 그때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푸른숲출판사를 소개해줘 얼렁뚱땅 시집을 내게 됐지요." 윤씨는 계속 문학에 정진, 94년초 `문화공간'이란 잡지를 통해 정식데뷔도 하고 지난해 7월에는 6번째 시집을 냈다.
내년 1월 또다시 7번째 시집을 내기 위해 요즘같은 삼복더위에도 시작에 여념이 없다니 이 청소원 시인의 늦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종종 문학청년들과 문학과 시를 논하기도 한다. 그 즐거움이 여간 아니다.
그는 학생들로부터 `윤시인' `윤교수'로도 불린다. `82학번'으로도 불리는 것은 그가 그해 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
아들과 딸도 를 졸업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