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9단 ●목진석2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11일 16시 15분
**흑 일단이 잡히면 승부도 여기서 끝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4보(67~82)=이창호 9단의 기풍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은 웬만큼 바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예전에는 수가 보여도 슬며시 물러서서 두텁게 가다가 끝내기에서 승부를 결정하곤 했는데 요즘엔 수가 보이면 가차 없이 칼을 빼든다. 그리고 칼을 뽑아 들면 상대는 어김없이 피를 보게된다는 것. 얼마전 유창혁 9단과 벌인 왕위전 7번기에서도 달라진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며 타이틀을 쟁취한 바 있다.
백 68은 흑 67에 이어 노타임으로 떨어졌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의외로 응수가 어렵다.
허를 찔린 목 2단도 좀처럼 착수를 결정하지 못한다. 선택은 두가지. 강경하게 차단,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온건하게 물러서서 무너진 성터의 일부라도 지킬 것인가.
21분 20초. 장고끝에 목 2단은 흑 69로 차단, 공격하는 `강경책'을 선택했다. 결과야 어떻든 신예다운 기세다. 상대는 1인자. 설혹, 이곳에서 뼈를 묻는다 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상대가 `뼈를 묻겠다'는 결의로 대항해오니 천하의 이창호라 해도 섣불리 응할 수는 없다. 더욱이 목 2단은 `흑룡강성의 반달곰(중국의 섭위평 9단을 지칭)'을 잡아 스타덤에 오른 소년장사가 아니던가. 기세의 충돌. 백 70, 흑 71 이하 백 82까지 서로 끊고 갇히는 수상전의 형태. 수순중 흑 79로 82의 곳을 뚫는 수도 없다. 흑 1, 백 2 다음 백 6으로 아랫쪽 흑만 대가없이 떨어져나간다. 중앙에 갇힌 백 대마는 A, B, C 등으로 삶을 확보. 그러나 저러나 실전의 상황 역시 흑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이 흑 일단이 잡히면 승부도 여기서 끝. 자,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