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58)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9일 16시 17분
그의 등장은 충분히 놀라운 사건이었다. 모용추는 방관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그녀는 황급히 사원을 가로 막았다.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에요." 사원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당신은 이소야의 죽음을 원하지 않소?" "그들은 이소야와 무관해요." 사원은 자신있게 말했다. "난 연관이 있소. 그래서 그들을 구해야만 하오." 모용추는 어이없는 표정이다. "내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군요." "목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소. 이 또한 당신이 원하는 일이 될 것이오." 일심부주의 표정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들은 애초부터 한패거리가 분명해. 사매는 그들에게 속은거야." "그럴리가 없어요." 사원은 조소를 흘렸다. "부주께서는 좋지않은 감정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묵양대인은 싸늘한 눈초리로 사원의 아래, 위를 훑었다. 얼마나 날카로운 눈빛이었던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오금이 저릴 정도다. "귀하의 무적도가 아무리 두렵다해도 난 상관하지 않소." 자신만만한 태도. 사원 역시 동요가 전혀 없는 몸짓이다. "그렇다면 시험해 봐야겠구려." 사원은 거침없이 말하며 일심부주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장내는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의아한 가운데서도 일말의 생기를 되찾고 있는 추월야접과 청죽생. 아귀는 그들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무적도 사원대협이 두 분을 구해 주겠노라고 나와 약속했소." 자랑스럽다는 듯이 떠드는 아귀. 모용추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사납게 번쩍였다.‘저 꼬마놈의 짓이다.’ 사원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담담한 어조로 대치하고 있는 묵양대인을 격동시킨다. "출수하시오." 묵양대인의 눈가에 살기가 떠오른 순간에 모용추가 가로 막고 나섰다. "잠깐, 대협은 그들을 위해 싸우려는 것이오?" "아니오." "그렇다면 우린 그들을 방면해 주겠어요." 모용추의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묵양대인이 노성을 터뜨렸다. "사매?" 모용추는 영악한 눈알을 굴리며 일심부주를 안심시켰다. "절대 우리에게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에요." 일심부주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막내사매 모용추를 끝내 거역하지 못한다. 그녀의 결정은 언제나 옳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