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권]○안조영2단 ●윤기현9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1일 17시 17분
제4보
(58~74)=백 58. 빈삼각의 강타를 얻어맞는 순간 흑의 동체가 기우뚱, 위험하게 흔들린다. 생각 같아서는 64의 곳을 밀어 백 석점을 포획하고 싶은데 그러면 백 61 다음 흑의 후속수단이 없다.
때이르게 벌어진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향후 전국의 주도권을 잡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흑 61은 13분54초간이나 공을 들인 수였지만 백 62로 별 게 없다. 23분 7초 끝에 조심스럽게 마치, 자충수를 두듯 사각형을 채우며 흑 두점을 몰아간 이 수가 뜻밖의 강타였다.
흑 61로는
의 흑 1로 호구쳐 외곽을 봉쇄하는 수도 있으나 흑
다섯점을 품은 백의 실리가 더 빛난다.
백 66까지 노타임. 여기서 윤 9단의 손이 또 얼어붙는다. 기막힌 노릇이다. 회심의 강타라고 생각했던 흑
(전보 흑 47)가, 백
(전보 백 52, 54)의 젖혀 이음을 미처 생각지 못한 악수로 돌변하면서 단숨에 최악의 상황으로 뒤바뀌었으니.
19분58초. 필요할 때는 빛살처럼 빠르게 달아나면서도 고통만큼은 길고 지리하게 남겨놓는 시간의 이중성…. 흑 67은 최선의 버팀수다. 무심코
의 흑 1로 늘었다가는 백 2의 치중 한방에 끝장난다.
이번에는 안 2단이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피차 두 눈을 내기 힘든 수상전의 형태. 다소 유리한 자세이기는 하지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다가 크로스카운터라도 맞으면 곤란하다. 신중하게, 수읽기의 바닷속을 유영하다가 27분49초만에 백 68을 놓는다. 이하 백 74까지 외길을 밟아 피할 수 없는 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