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
기사입력 1996년 07월 28일 15시 55분
## 제이름도 못쓰는 한국선수단 애틀랜타 올림픽은 짜증나게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찌는 듯한 찜통 더위와 교통과 정보 체증, 그리고 한국팀의 초반 침체 등….
그런데 경기장에 나가면 짜증을 더욱 부채질하는게 또 한가지 있다.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 경기장의 장내 아나운서에 의해 호명되거나 전광판에 새겨질 때이다.
경기전 스케줄표에는 영문 풀네임이 제대로 나와 있어도 아나운서는 성(姓)을 날려보낸채 이름만을 부르기도 하고 전광판에는 성만 덩그러니 쓰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가지 예를 보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4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의 경우 경기전 스케줄에는 `Shim Kwon Ho'라고 영문으로 적혀 있었지만 그를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그냥 "심 권(Shim Kwon)"이라고 불렀고 또 어떤 기록지에는 그냥 `호(Ho)'라고 찍혀나와 있었다. 이렇게 되니 가 한국선수인지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선수인지 도무지 한국사람들도 이해를 못할 판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우리 선수들의 영문이름을 국제적인 규칙에 따라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성이 뒤로 가고 이름이 앞으로 나와야 한다.
홍길동(Hong Kil-dong)의 경우에 공식적으로는 Kil-dong, Hong으로 표시해야만 한다.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한 197개국중 한국만을 제외하곤 전 국가가 규칙대로 이름을 표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 이름이 길다보니 자꾸 뒤에다 표기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럴 때는 이름을 붙여 Kildong, Hong으로 표시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스포츠 `G-5'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체육계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부분의 하나이다.
제 이름 하나 제대로 쓰지못하면서 금메달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 권순일 애틀랜타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