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안관욱4단 ●강만우7단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4일 14시 48분


## 본선 토너먼트 제5국 제8보 (82~94)=검토실의 소장파 기사 하나가 백 82를 보고 피식, 웃는다. "뭐야, 공격을 하려면 `가'쯤으로 가야 되는 거 아냐?"

그러나 안 4단은 조심스럽다. 표적은 중앙에 떠 있는 흑의 선단(船團)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묘한 거리를 둔채 표적을 배회한다. 백 82, 84 흑 83, 85의 문답. 몸은 한가로이 좌변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은 시시각각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중앙을 향해 날아간다. 흑 87이 날카로운 잽. 백 88은 받아주기 전에 가볍게 선수처리하려던 것인데 강 7단은 그냥 이어줄 의사가 없다는 듯 장고(長考)에 들어간다. 5분 23초 후 놓인 흑 89. `받아줄 수 없다'는 확고한 의사표시다. 백 90, 흑 91, 이 돌연한 기세의 바꿔치기는 외형상 백의 손해인데

백으로서는 손해를 감수할만한 이유가 있다. 백 90으로 의 백 1로 받아주면 흑 2 때 백 3이 불가피. 다시 흑 4를 선수하고 흑 6으로 젖혀 백 두점을 제압하면 중앙은

흑이 장악하게 된다. 애초에 하변 흑진을

고스란히 굳혀주며 철책을 두른 이유도

좌변 백 82, 86의 어설픈 접근전도 모두

중앙 흑 일단을 노린 행동인데 의

수순을 밟았다가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터이다. 어차피 실리로는 백이 뒤져 있는 상황. 백이 내세월만한 영토라고는 좌상일대의 설원뿐인데 그것도 언젠가 좌상귀 흑 `나'면

귀퉁이가 바스라진다. 동원가능한 모든 병력을

중앙으로 응집시켜 뭔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인 것이다. 백 94. 드디어 중앙 흑 일단을 향한 포격이 시작된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