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40)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2일 15시 23분


**"혈마사는 가소로운 집단…" 침묵이 흘렀다. 실내의 중인들은 모용추의 의표를 찌르는 언행에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설마 그녀가 지금 이순간에 석부용을 언급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탓이다. 모용추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여자다. "그녀는 오래전에 일심부에서 축출된 암중의 고수였습니다. 중무련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일심부를 의삼할 것같아서 말씀을 미리 올리는 겁니다. 남궁도는 모용추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석소저와 일심부는 서로 무관하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외면하지 않고 남궁도를 마주본다. 새삼스럽게 모용추르이 아리따운 용태가 남궁도의 동공에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남궁도는 오직 황보백령이 염려될 뿐이다.

















































































신검무정(제 365회) "그 일은 차후 중무련의 내사(內事)가 있을 것이오."

모용추는 물러날 기색이 아니다.

"일심부에서는 그런 일로 중무련의 의심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묵기량이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한다.

"염정선라는 일심부의 밀명을 받고 중무련에 가담하여 암암리에 활동한 간자(間者)가 분명 하거늘 그따위 변명이 지금 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오?" 일심부주가 원탁을 내리쳤다.

"혈마사주는 황금사원의 조종을 받아서 중무련과 일심부를 이간질 시키려는게 아니오?" 묵기량의 눈매에 살기가 감돌았다.

"본 사주는 사실을 말하는거요. 당금 무림에 있어서 가장 음흉하고 위험한 문파가 바로 일심부이기 때문에!" 일심부주 묵양대인의 눈에 노기가 감돌았다.

"황금사원이 아니고 일심부란 말이오?"

묵기량의 어투는 얼음장과도 같다.

"그렇소."

실내의 공기가 살얼음판이다. 모용추는 여전히 한 수 빠르다.

"남궁대협의 목적이 황보소저를 모셔가는데 있다면 저를 따라 오시지요."

그녀가 벌떡 일어나 몸을 돌리자 남궁도는 얼떨결에 따라나선다. 남아있는 묵기량만 입장이 애매하다. 더구나 일심부주의 음성이 심상치 않다.

"묵대협은 본 부주와 좀더 깊이있는 대화를 나눠야 할거 같소이다."

묵기량은 둔한 사내가 아니다.

"혈마사는 누구에게나 호락호락한 집단이 아니오."

일심부주의 입술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가소로운 집단이지."

혈마사주 묵기량은 분노로 인하여 안색이 급변했다. 묵양대인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팟 하는 기음이 터짐과 동시에 원탁이 묵기량의 앞으로 튀겨져 올랐다. 놓여있던 찻잔이 암기(暗器)가 되어 폭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