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본 박찬호] 내일의 ML스타
기사입력 1996년 07월 16일 14시 09분
**잠재력 무한..내일의 ML 스타 위기관리능력 빨리 길러야 (24)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처음 미국에 건너간 2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고 이곳 전문가들조차도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5일 와의 선발등판에서 비록 승리를 내줬지만 의 호투는 미국 야구팬들을 사로잡는데 손색이 없었다. 이날 는 선발로 예정된 톰 캔디오티가 경기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바람에 15분전에 선발을 통보받았다. 충분히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5회까지 무실점 호투는 의 평소 훈련량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라 초반 난조가 예상됐지만 커브와 체인지업, 159㎞의 볼스피드 등은 완벽에 가까웠다. 경기후 클레어단장은 "너무 잘 던졌다"면서 머잖아 의 기둥투수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지난 10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한 내셔널리그 선수들의 반응도 한결같이 의 빠른 적응을 놀라워했다. 의 투수 알 라이터는 "노모는 경력은 화려하지만 나이가 있어 하향세지만 는 젊고 패기가 있어 타자들이 공략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애틀랜타의 강타자 프레드 맥그리프는 "스피드는 최상급이지만 빠른볼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컨트롤을 겸비하면 대투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맥그리프의 지적처럼 는 구종과 구위는 다양해졌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전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과 쉽게 느슨해지는 마음가짐은 여전히 숙제였다. 1회초 1루주자 베나드에게 멋진 견제구를 던지고도 투수판에서 발을 늦게 빼는 바람에 도루를 허용했다. 경험부족에서 오는 실수로 6회초 베나드에게 초구에 1점홈런을 맞은 것은 머릿싸움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베나드는 와 마이너리그에서 상대를 해본 사이로 가 매번 초구에 힘없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타성'을 역이용했던 것이다. 또 무사 1,2루에서 배리 본즈의 병살타성 타구가 2루수 실책이 되면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한순간에 긴장이 풀려 다음타자에게 안타와 보크를 내주는 과정은 아쉬움이 남았다.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냉정을 되찾아 고비를 넘기면 역전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500이닝 이상 던진 것과 달리 마이너리그 생활이 2년에 불과한 경험부족의 단면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의 넘치는 성장 가능성이다.
매일 불펜대기를 해야되는 어려움을 경기후 빠짐없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거뜬히 메우는데다 부단한 영어공부로 외국선수로는 드물게 동료및 기자에게 자기표현을 하고 있어 꿀먹은 벙어리나 다름없는 노모나 중남미 선수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멋모르고 상대하던 타자들이 이제는 분석을 통해 장단점을 꿰뚫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야되는 것이다. 올스타전에 참가한 일본기자들 사이에서도 는 노모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한 일본기자는 " 1승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가 승리를 했을 때 한국에서 단 한통의 축전도 오지 않은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