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8)
기사입력 1996년 07월 14일 13시 18분
==== 서머 타임(15) ====. 편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와는 달리 그녀는 재니스 조플린의 마니아였던 것이다. 그가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마니아이듯. 그녀의 편지내용중 조플린처럼 거짓말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녀가 얘기한 꽃병원 운운하는 것이 황당한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쁘다. 어디서인지는 안가르쳐 주지만 그녀는 지금 `꽃대학병원'아라는 간판을 걸고 두평 조그마한 가게에서 꽃들이 감기와 질병들을 고쳐주고 있단다. 물론 화원을 겸한 곳이고 장기 출장으로 물을 못주는 사람들을 위해화분을 맡아주기도 한단다. 그녀의 직업도 이제 의사인 셈이다. 그녀와같이 살았다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술집마담을 졸라 소개를 받았다.
생물학과를 다니다 그만둔 유미의꿈이 어릴때부터 식물학자였다는 것을 그때 들었다. 고등학생때부터 투병생활을 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집안의 돈은 물론 큰 빚까지 남기고 돌아가셨다. 식물학자의 꿈도 끝난 것이다. 빚의 청산을 그녀가 다 하기엔대학은 벅찼을 것이다. 준은 1년 전과 똑같이 괌으로 갔다.
그녀와 묵었던 호텔의 그 룸을예약했다. 이 방에서 두사람이 껴안았던 일을 생각하니 원초적 그리움이물컹 피어오른다. 이제 두가지 일이 남았다. 그녀가 제시한 조건 중에 한가지인 호텔룸예약은 끝냈다.
그는 로비로 다시 내려가 풀장이 보이는 1층 스낵라운지에서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며 두번째 조건도 해결했다. 바로 이 장소가 그녀가 제시하는 두번째 조건 약속장소다. 풀장에 있는 그녀에게 보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 유혹했던 그곳. 그녀는 아마도 이 호텔에 전화를 해 정확히 1년되는 날인 오늘 김준이란 한국인이 체크인 하고 있는가를 확인한 뒤 이 라운지로 올 것이다. 만약 세번째 조건이 해결된다면 말이다. 그는 사실 이 세번째조건 때문에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부터 고민했다. 1년후에도 나에 대한 마음이 똑같다면 다음 3가지를 꼭 해주세요. 똑같은 호텔예약, 스낵바에서 저녁시간(시간을 불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가 내리도록 해줄 것. 으음 비가 내린다? 이곳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약손은 허탕이 되는것인가? 그녀는 어디서 무슨 점을 쳐본 것일까? 비가 와야 된다고. 어쨌든 이건 분명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는 두시간이나 우두커니 앉은 채 바깥을향해 한탄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열이 올랐다. 이따위 약속을 해서 날바보로 만들다니. 목이 칼칼해졌다. 술을 한잔 안마시면 못견디겠다. 칵테일메뉴를 무심고 들었을 때 그는 기절할 만큼 좋아 기쁨의 환성을 자아냈다. 이집 특별 칵테일 메뉴 중에 가장 위로 올라있는 이름이 `Loving inthe Rain' 아닌가. 그가 그것을 주문한 뒤 느긋이 허리를 펼때 바 안에 너무도 낯익은 음악이 흘렀다. 재니스 조플린의 `서머 타임'.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