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병7단 ●유창혁9단=본선 토너먼트 제3국
기사입력 1996년 07월 01일 15시 02분
총보(1~223)=국내 바둑의 정상구도는 8관왕 이창호와 3관왕 , 유창혁의 3인체제. 그 정상 8부능선에는 슬럼프에 빠져 4인방체제에서 밀려난 서봉수 9단과 몇해째 `부동의 5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양재호 9단과 이 대국의 주인공인 최규병 7단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앞에 열거한 몇몇 강자외에도 다수의 중견, 신예 강호들이 8부능선의 숲과 골짜기에서 정상 도약을 호시탐탐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1, 2년 사이에 이무기의 허물을 벗어던지며 용의 태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최규병의 활약은 실로 눈부시다. 이 대국에서도 3관왕 유창혁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는 힘과 세기를 보여주었다. 백 2는 기세의 취향. 우상귀 흑 7 협공에 백 8, 10, 14로 늘어간 정석패턴은 다분히 고전적이다. 이 바둑을 함께 검토했던 기사 중 누군가가, `최규병은 옛선비 같은 사람. 바둑에서도 보수적인 냄새가 난다'고 한마디. 흑 19는 얼핏, 호방한 착점 같으나 백 20의 곳을 허용해 실속이 없다. 흑 29는 때이른 시비. 이 수로는 152의 곳으로 내려서두고 싶다. 결과적으로 흑 33, 백 34를 교환, 중앙이 뚫려 흑 19의 체면이 손상됐다. 백 40이 예리한 침입. 이하 백 60까지 귀를 도려내 백이 유망한 바둑이 됐다. 이 바둑의 하일라이트는 백 96 이하 108까지의 대규모 사석작전. 백 1이하 17까지 상변으로부터 흘러나온 대마를 깨끗하게 넘겨주고 좌중앙을 봉쇄한 다음 좌하귀에 선착, 중앙과 우하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대세력을 형성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는 빗장 걸어 잠그기. 223수는 끝 백 6집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