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배꼽때라고 했나요?”
기사입력 1996년 06월 24일 15시 57분
우산의 질은 자꾸 좋아져 수명이 아주 길어졌는데도 끊임없이 수요가 있다는 데
사람들의 `어디다 잘 두고 오는'건망증 덕분이겠지.
등에 업은 아길 3년 찾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것은 지독한 뻥이고,
한 서양사나이는 어찌나 건망증이 심한지 자기의 한 살 돌바기아기를
자동차 위에 올려 놓고 2키로나 달렸다는 기사를 해외토픽난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중 얘긴데 자기는 결혼한 것을 깜빡 잊었고 그래서 당연히
자기에겐 아기도 없는 줄 알았다나!
아이가 부모를 잃었건 부모가 아이를 잃었건 미아발생율이 가장 높고 주인잃은
우산, 잘 못 걸린 전화량이 가장 많은 때가 지금같은 초여름이란다.
외출할 일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지만 첫더위가 사람의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목욕탕의 카운타 근무자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긴데 가끔 탈의실에서 목욕을
끝낸 사람이 다시 옷을 벗고 탕안으로 들어 가는 경우를 본단다.
본전을 뽑으려는 알뜰파가 아니고 속옷 입던 것을 벗는 것으로 착각하고
한번더 탕 안에 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거다. 이건 필자가 바로 엊그제 겪은
순 실화다.
잡지사에 보내는 원고가 누락돼 전화로 불러 주는 데 상대방 아가씨가
잡지사 근무자답지 않게 당혹해 하는 음성였다.
"배꼽티를 보면 컴퓨터가 생각난다…. 자, 됐습니까?"
"배꼽 때라고 했나요?"
"하하! 때라뇨? 티요 티!"
"배꼽의 배는 먹는 배지요? 그리고 꼽은 아니꼽다할 때 꼽 맞나요?
또 컴퓨터가 맞나요 콤퓨터가 맞나요?"
난 약간 이상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아가씨라는 생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잡지사에서는 왜 누락된 원고를 팩시로 보내든지 전화로 불러 주지
않느냐고 독촉이 왔다.
분명히 전화로 불러 주지 않았는가.
아까의 잡지사(?)로 전화를 걸어 봤다. 그런데 거기는 가정집였으며
그 아가씨는 가정부라는 것이다.
"아가씨! 요즘 네자리 국번이 있던데 내가 국번과 번호를 바꿔서
적어놨더 군요. 그런데 아가씬 내가 부른 걸 왜 받아 적었어요?"
"우리 아줌마가 뭐든 잘 받아 메모하라고 했구요 아저씨도 무조건 받아
적으라고 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