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7)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4시 21분
///// 담배를 피우는 여자 (4)
/////. 만약 형이 이 여자와 아무 관계도 없었던 사이였다면 나는 이 여자와어떻게 되었을까? 난 젊은이용 골동품 복제가게가 성공할 때쯤 별 이상한 이론을 만들었다. 형도 단지 나와 이 여자를 연결시켜 주기위한 매체가 아니었나 생각한 것이다. 뛰어나게 예쁜 여자도 아니고 깃발을 날릴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보통 여자가 나보다 여섯살이나 많을 때 같이 연애하게될 확률은 없다. 단지 형이 있었기에 우리 사이가 가능했다고 밖엔 달리 추리해 볼 길이없다.
죽은 형 덕분에 이 여자를 알고 얘기하다 보니 좋은 성품도알게되고 공감대도 생기게 된 것이다. 이번 경우는 만약 그녀가 지적했던 상품, 지금 여대생들이 어릴때 갖고 놀던 인형과 소꿉기구가 없었다면 큰일날뻔 했다. 학교앞 내 두평짜리 점포에서 불티 나게 팔린것은 모두가 여자고객들의 것이다. 남자들을 위한 골동품인 장난감, 주로 그시대 철인 로봇과 권총, 기차, 자동차의 복제품은 판매불량이었다.
여자들은 자기의 어린시절에향수를 느끼며 그 시대의 냄새가 묻어있는 물건을 사서 책상에 진열한다.남자들도 향수를 느끼긴 할 것이다. 그러나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그 돈으로 술을 마실 뿐이다. 뒤늦은감이 있지만 난 돈되는 건 여자상품이다라고 새삼스럽게 마음 속에 새겼다. 그 덕분에 TV프로그램 녹화해 주기는 장난삼아 해 본 것인데 짭짤하게 히트하고 있다. 요즘 같으면 비디오 없는 집이 없을 텐데도 놀랍게 여대생 고객들의신청이 몰린다. 집에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못보는 화제의 드라마, 쇼를 3배녹화로 비디오 하나마다 6시간씩 녹화해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약녹화기능이란 것이 자기 비디오에 달려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잘 쓰질 않는다. 특히나 기계에 약한 여자들은 그게있어도 조작 할줄도 모른다. 이 아르바이트의 아이디어는 물론 그녀였다.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경험상 OL들에게 또는 여대생들에게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 내게 언질을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이런식으로 나의 동료가 되어가고 있었다.짭짤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쏟아져 나왔고, 나와 그녀의 대화는 언제부터인지 이 아르바이트가 될까 안될까 연필을 굴리고 머리를굴리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내가 밤새 생각해 낸 거리에 다니는 시민의 무작위 담배연기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내 훌륭한 후배들을 써서 남녀시민 2백명에게 앙케이트를 던지고 성실하게 취재를 하는 아르바이트다. 올여름에 가장 갖고 싶은 곳, 요즘가장갖고 싶은 물건, 남자로 태어나서(또는 여자로 태어나서) 좋다고 생각되는 이유 등등 이걸 수도없이 녹음을 해주고 잡지사와 라디오프로에후배들이 녹음한 테이프와 나의 앙케트분석을 파는 아르바이트, 그녀가된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실제로 성공을 했고 내 마음속에 그녀에 대한사랑은 더욱더 커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