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5)
기사입력 1996년 06월 19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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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는 여자 (2)
/////. 그녀와 나는 가끔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담배는 몸에 안 좋다고 담뱃갑에 써 넣고 파는 사람들이 웃기죠. 정말 담배에 대한 경고를 하려면 담배 이름을 바꾸어야 합니다.
`디스'가아니라 데스(Death), 다른 담배이름을 전부 `폐암 mild' `폐결핵 88' 이런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하루에 만명씩 담배를 끊을 겁니다". 그녀는 내 말에 웃으면서도 또 한모금의 담배 연기를 통통 뿌려댄다.형이 죽은 이래 그녀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나는 담배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누누이 말해왔고, 그녀는 웃음으로 그 말을 흘리기 일쑤였다. "난 말입니다. 요번엔 골동품 가게를 하나 차리려고 그래요" "골동품, 그것도 아르바이트가 되나요?". "물론이죠,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지면 자기의 뒤를 돌아보는 게 당연해요. 지나간 일은 모두 아름답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돈이 있어요? 골동품은 가격이 엄청날텐데 그 물건들을 무슨수로 모으려고 그러죠? 가게 얻는 것도 그렇고...". "하하, 내가 생각하는 골동품이라는 건 젊은이용 골동품이에요. 그렇게 대단히 비싼 물건들을 취급하질 않거든요" "젊은이용 골동품요?". "이조백자나 조선시대 자개장같은 것도 골동품이지만 그건 어른들, 특히 폼있는 양반들이 선호하는 것이잖아요. 내 생각은 젊은이들이 향수를품고 있는 물건들도 골동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지금 대학생들이대여섯살때 갖고 놀았던 로봇이나, 장난감, 딱지, 그림책, 만화, 그 당시의 동전과 지폐를 페넌트나 코팅한 것들 말이죠. 이런 걸 모아서 조금만비싸게 팔면 젊은이들 골동품이 되지 않겠어요. 가게도 필요없어요. 난 대학가 앞에서 이동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팔겁니다. 트럭과일 장사처럼...". 나는 경영학과 졸업반답게 돈되는 이야기를 늘 그녀에게 한다.
지난4년간 내가 그녀와 나눈 대화의 4분의 3은 내 아르바이트 내용이었는데 그녀는 관심있게 들어주었다. 사회학을 전공한 이 조용한 웃음의 여인은 나의 아르바이트가 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연구라도 하는듯 늘심각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인형이 있다면 나도 하나 사고 싶은데요?
나 어릴때 옷갈아 입히고하던 그 인형이나 소꿉장난하던 그런 조그만 기구 장난감도 좋고...". 그녀는 결정적인 힌트를 주었다. 나는 남자애들 노는 것만 생각했는데그녀는 여자상품(?)을 언급했다.
기실 향수를 느끼고 그 상품을 사는데엔 남자 녀석들보다도 젊은 여자애들이 나을 지도 모른다. "흠, 그러면 이번 아르바이트를 슬슬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켜 봐 주십시오". 그녀는 또다시 담배를 세워 물며 조용히 웃었다. 사려깊은 저 표정과인정 넘치는 미소, 난 요번 아르바이트도 성공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학 졸업반 때까지는 최소한 1억원을 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