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보]○김승준4단 ●강훈8단 본선 토너먼트 제2국
기사입력 1996년 06월 15일 16시 20분
##제9보
(76~89) = 5분 28초간을 고뇌하던 강훈 8단은 흑 77로 뛰어붙인다.
여기서 적당히 상변을 지켰다가는 중앙에 폭설이 내려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백 78. 날카로운 잽. 오늘 김승준 4단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캐시어스 클레이(세계 헤비급 프로복서 중 가장 뛰어난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의 개명 전 이름) 같다.
스치듯 안면에 와닿는 아픔이 짜르르, 전율을 일으킨다.
흑 79는 당연한 반발. 이런 대목에서 고분고분 이어주는 것은 굴욕도
굴욕이거니와 이 일대 흑의 운신이 크게 불편해져 견딜 수 없다.
노타임으로 날아간 백 80은 76때부터 준비된 한수.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괴롭다. 강 8단은 좀처럼 착점을 결정하지 못한다.
13분 54초만에 무겁게 내려진 흑 81은 사실 당연한 곳. 그런데도 쉽게
두지못한 이유는 이 일대에 백돌이 자꾸 깔릴 경우 아직 안형이 부실한 좌상쪽 흑일단의 움직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백 86에 다시 강 8단이 손이 얼어붙는다. 1초, 2초...1분, 2분...6분 46초만에
흑 87로 들여다본 백 한점을 제압한다.
만일 의 흑 1처럼 잇다가는 백 2로 끊어 수가 난다. 백 8(흑●)에
이은 다음 A, B가 맞보기.
백 86이 없으면 흑은 의 A의 곳을 잇고 의 백 1로 끊어올
때 흑 2, 4로 넘는 수가 있다. 위험한 줄타기는 계속되겠지만.
백 88 따낼 때 흑 89는 팻감을 겸한 강수. 상변 백의 차단과 `가'의 절단을
노리고 있다. (8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