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0)
기사입력 1996년 06월 13일 14시 53분
////// 보디가드(3) //////. 그는 뛰면서 생각했다. 대통령 경호원시절을 거친 그에겐 보디가드철칙이 몸에 배어있다.
내가 저격을 한다면 어디서 쏠것인가? 내가납치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저지를 것인가? 늘 범죄자의 입장에서 체크 해 본다. 그러면 보디가드하는 방법이 휠씬 명백해졌다.
이곳 촬영 스튜디오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까 혜령일행과 도착했을 때 꼼꼼하게 지형을 체크하며 머릿속에 명확히 기억을 해뒀다. `지금 저 앞에 달아나는 봉고차는 어차피 빙글 돌아 저 언덕 밑 도로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 언덕은 거의 직각에 가까운 경사였다. 대왕은 첫발을 언덕 끝에 딛는 순간 몸을 언덕과 거의 직각으로 했다.
두번째 세번째 발걸음을엄청 빠르게 퓽퓽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몸이 도로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순간 핑그르 한바퀴를 돌았다. 낙하산 공수착지때처럼 몸을 굴리며 충격을 흡수했다.
하지만 머리가띵했다. 허리와 등뼈 어딘가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야말로 맨땅에다박은거다.
통증으로 끄응 신음할 때 봉고차는 예상대로 언덕을 돌아그를 덮칠 듯 달려왔다. 대왕은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무릎을 세으곤 몸을 반 쯤 일으켰다.봉고차의 조수석 창에서 불쑥 우지기관단총이 튀어나왔다. 카캉캉캉! 난피를 튀겨댔다.
대왕에게서 거의 몇 센티 떨어진주위바닥이 퍽퍽퍽퍽 찢어졌다. 제대로 맞았으면 몸이 걸렛조각이 됐을 순간이다.
봉고차는 기관단총을 갈겨대며 그를 깔아 뭉갤듯 그대로 덮쳐왔다. `서두르면 죽는다!' 대왕은 침착하게(사실은 침착한 척) 제자리에우뚝 섰다.
오른손엔 총격으로 바닥에 떨어뜨렸던 `골드 피손'을 든채 운전석과 조수석을 냉정하게 쏘아보며 357마그남탄 두방을 펑펑 때려넣었다. 혜령은 기관단총소리에 놀라 퍼뜩 깼다.
봉고자 뒷자석에서 고개를 쳐들며 밖을 보았다. 앞에 앉은 징그러운 인상의 놈이 밖에다가 마구 총을 갈겨대고 있었다. 그녀 입에 테이프를 봉하며 배를 주먹으로 후려쳤던 녀석이었다.그녀가 고개를 쳐든 전방엔 남자가 서있었다. 마그남 44와 마그남 357권 총의 차이를 설명해 주던 그 남자다. 그녀의 보디가드 총구에서 불이 뿜는 동시에 차안은 지옥의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유리창이 팡 깨지며 꽥! 하는 남자의 비명소리. 그녀를 납치한 운전수에게서 터진 검붉은 물질들이 온 차에 튀겼다. 운전수가 즉사해버린 차는 옆으로 미끌어지며 가로등에 처박혔다.그 충격으로 혜령은 시트바닥에 왈칵 엎어졌다. 조수석에서 기관단총을 쏘던 놈도 앞 유리창을 뚫고 공처럼 튀겨나간다. 앞좌석 두놈이 그렇게 되자 뒷좌석 놈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유인했던 놈이다. 그녀를 차 안으로 집어넣을 때부터 총으로 겨누고 이었다. 녀석은 머리칼을 사정없이 잡고 봉고차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시커먼 권총이 그녀의 관절을 콱 쑤신다. 그녀는 총으로 머리가 겨누어진 채 우악스럽게 일으켜졌다. 그 앞으로 보디가드가 나타났다. 납치범 녀석은 권총을 그녀 귀에 쑤셔박은 채 미친 놈처럼 소리쳤다.따운! 따운! 그녀의 보디가드에게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