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쇼맨십 스타감독'이 그립다
기사입력 1996년 06월 10일 15시 00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못찾겠다 꾀꼬리.'
`술래잡기'라는 놀이에서 술래가 외쳤던 말이다.
전자는 내가 찾을테니 잘 숨으라는 뜻이고 후자는 정말로 못찾겠으니 이제 그만 나오라는 의미로 했던 것 같은 기억이다.
요즘 장에서는 매일같이 술래잡기가 벌어지고 있다.
술래는 관중들이고 숨는 사람은 다름아닌 감독들이다.
끝내는 관중들이 이렇게 외치고 술래잡기는 끝이 난다.
`못찾겠다 꾀꼬리.'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 의 감독들은 벤치에 꼭꼭 숨어있다.
술래에게 들킬까봐서인지 몰라도 여하튼 될수 있으면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감독들의 모습을 거의 볼수가 없다.
야구팬이 감독의 모습을 볼수 있는 곳은 TV 화면뿐이다.
그곳에 비쳐진 감독들의 모습은 근엄하기 짝이 없다.
마치 돌로 깎아 놓은 `석상'과도 같이 무표정하다.
그러나 꼭꼭 숨기를 거부한 삼성 감독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툭하면 운동장에 나와 이것 저것 간섭을 하는 등 너무 설쳐댄다는 것이 도마위에 오른 이유다.
그것은 이미 석고상이 되기로 `무언의 합의'를 한 기존질서를 흔든다는 것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회요강에는 선수교체는 감독이나 그 대리인이 할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 판에서 선수교체 등은 대부분 대리인이 하고 있다.
`코리아 특급' 가 소속되어 있어 우리에게 잘알려진 미국 의 라소다감독도 투수교체가 있으면 마운드에 올라가고 대타를 내보낼때도 본인이 직접 주심에게 가 통고한다.
의 다른 감독들도 대리인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감독들은 권위가 하늘을 찔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대리인을 쓴다.
투수 교체때는 이른바 투수코치들이 나온다.
권위가 대단한 감독이 구원투수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과 대리인인 투수코치가 하는 말과의 차이는 승패와 바꿀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채.
어떤 것이 게임에 유리한지를 아는, 총명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감독'들은 결국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는 흥행을 해서 먹고 사는 곳이다.
감독이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나온다든지 항의를 하는 모습 등은 볼거리중의 하나다.
더군다나 현재 프로팀감독들은 스스로 스타였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관중을 위해 운동장에 나와 `시위'를 하는 것도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해태 감독이 코끼리라는 별명과 걸맞게 거대한 몸집을 흔들며 운동장에 나오는 것이나 `그라운드 여우'로 유명했던 현대 감독이나 롯데 감독 등이 나와 심판들에게 어필하는 모습은 볼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 영화감독들은 광고 모델로도 등장하고 있다.
더이상 은막뒤의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스포트라이트의 뒷전에만 있을 것인가.
이제 그만하자.
술래잡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