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삼풍사고 보상금2억 아들 모교 기증
기사입력 1996년 06월 03일 15시 37분
**도서등 유품도 맡겨 … "장가 못가고 죽은게 한" 삼풍사고로 숨진 아들의 모교에 보상금 2억원을 기증한 할머니가 학교측으로부터 감사패를 증정받는다. 4일 로부터 감사패를 받게 된 김정숙 할머니(74.인천시 부평구 부개동)는 "아들이 이루지 못한 꿈, 후배들이 대신 이뤄주길 간절히 바라는 뜻에서 기증했을 뿐인데"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할머니는 지난해 삼풍백화점 참사때 막내 아들 씨(34)를 잃고 받은 보상금과 가족위로금을 최근 학원 화학공학과와 화학공학과에 각각 1억원씩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도서등 남은 유품도 함께 기증했다.
아들은 당시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며 에 시간강사로 출강중이었으며 박사과정으로 논문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학위만 따면 손자를 낳아드리겠다고 큰소리치던 아들이 교제중이던 애인 부모와의 상견례를 앞두고 백화점에 양복을 사러 갔다 변을 당했어요."
서울에서 혼자 살며 매일 안부전화를 하고 주말이면 내려와 지냈었는데 갑자기 소식이 없어 송파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내고 누나와 형을 시켜 자취집을 찾아 가보니 테이블 한켠에 삼풍백화점 고객카드와 영수증이 놓여 있었다는 것.
설마하는 마음에 삼풍백화점에 실종신고를 내고 차량수배를 의뢰, 사고 10일만에 옥외주차장에서 박씨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B동 근처에서 시신을 발견한 것은 사고 발생 18일만의 일. 2남 5녀중 막내였던 그의 죽음은 남편을 먼저 보낸 김할머니에게 있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김 할머니는 "장가도 못보내고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것이 한이 된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아들의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미 명예기자
